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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레상티트르(maitresse-en-titre)'는 왕의 공식 정부를 칭하는 이름이다. 처음으로 유럽 역사에서 왕의 정부라는 존재가 부각되기 시작한 시점은 중세 암흑기를 막 벗어나면서부터였다. 로마 제국 멸망 이후 약 천 년 동안, 왕실의 '부적절한 관계'는 네 기둥 침대의 두터운 커튼 뒤에 숨겨져 있다가 어두컴컴한 고해소에서나 한탄의 대상이 되었다. 가톨릭교회가 아무리 엄격해도 이러한 부정들은 눈감아줄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왕실 요부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지켰다.
왕의 정부들은 이미 오래전에 권력과 섹스와의 상관관계를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지위는 공식적으로 거의 국무총리 수준까지 올랐다. 그리고 이들은 작위와 연금, 명예, 궁정 내에서 영향력 있는 자리 등을 보장받는 대가로 성적 의무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임무들을 수행해야 했다. 이들은 극장과 문학, 음악, 건축, 철학 등의 예술 분야를 장려하거나 자신의 매력을 무기 삼아 외국 대사들을 통제했다. 왕이 화가 나 있을 때면 화를 삭여주고, 의기소침해 있을 때면 활기를 되찾아주고, 기운이 없을 때면 힘을 실어주었다. 또한 매일 예배에 참석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었으며, 전시戰時에는 자신의 보석을 국고에 내놓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왕실 정부는 권력은커녕 금전적인 보상도 거의 받을 수가 없었다. 왕의 신임을 잃은 후에는 수녀원으로 추방되어 훨씬 더 우울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이 책은 정부의 권력을 둘러싼 싸움과 음모, 왕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왕비들과의 미묘한 관계의 어둠을 파헤침으로써 새로운 빛을 발견한다.
권력이라는 이름의 최음제, 정부들의 유형
유사 이래 권력은 강력한 최음제와도 같은 역할을 해왔다. 왕의 정부는 왕을 정복하고, 때로는 그의 왕국을 쥐고 흔들면서 자신의 성적 매력을 왕의 홀처럼 휘둘렀다. 『왕의 정부Sex with the King』는 유럽 왕실에서 왕의 정부가 지닌 위상과 왕실을 가득 메운 매력적인 여성들, 그리고 수백 년 동안 그녀들의 의무와 그에 따른 보상이 변화해온 모습 등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현상들을 탐사하는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왕실 정부들의 천태만상을 유형별로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악녀형
탐욕과 야심, 그리고 잔인한 간통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사랑을 기대하는 것은 정녕 부질없는 짓일까? 이제 막 세상을 떠난 에드워드 3세의 경직되어가는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는 앨리스 페레스, 프랑스 농민들이 굶주리는 와중에도 태양만큼이나 눈부신 보석들을 걸고 정원에서 뛰노는 마담 뒤 바리에게서는 탐욕이라는 악덕이 보인다. 서로를 밀어내려 다투는 독사 같은 마이 넬 자매와, 왕의 사랑을 얻기 위해 두꺼비의 배설물과 갓난아기의 장으로 만든 불결한 묘약을 왕의 고기에 뿌리는 마담 드 몽테스팡에게서는 잔인한 음모가 보인다.
-백치미형
작센의 선제후이자 폴란드의 왕이었던 아우구스트는 마드무아젤 디스카우(Mademoiselle Dieskau)의 엷은 금발과 커다랗고 푸른 눈,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목덜미를 보고 첫눈에 사랑을 느끼지만, "머리가 비었다는 점만 빼면 조물주가 창조한 최고의 피조물이다. 그러나 생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으며, '예, 아니요' 밖에는 할 줄 아는 말도 없었다"며 푸념했고, 마드무아젤 드 퐁타뉴가 입을 여는 순간, 외모를 보고 품었던 온갖 환상이 모두 깨져버렸다며 혀를 내둘렀다. 텅 빈 아름다움의 결정체는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 3세를 유혹하려는 의도로 보낸 열아홉 살의 비르지니 드 카스틸리오네다. 겸손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자신이 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미인이라며 자화자찬을 했다. 가슴만큼 자랑할 만한 것이 없었고, 정말 아름답지만 정말 죽여주게 따분한 여자였다.
-매력적인 추녀형
조지1세의 정부인 에르멘가르다는 천연두를 앓은 탓에 머리카락이 거의 없었고, 촌스러운 가발에 깡총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렇다고 재치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못생긴 외모를 상쇄시킬 만한 것이라곤 상냥함과 충직함뿐이었다. 또 다른 한명은 조그맣고 뚱뚱한 소피아 샤를로테이다. 불쾌할 정도로 데굴데굴한 검고 커다란 눈, 그 위로 우뚝 솟은 아치형 눈썹, 한없이 펼쳐져 있는 진홍색 두 뺨, 대양이 범람한 듯 넘실대는 목은 몸과 전혀 구별이 안 됐고, 코르셋으로 조일 수 있는 부분은 한 군데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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