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길 위에서 쓰여진 미술 에세이
저자는 오랜 세월 세계 곳곳의 미술관과 박물관, 성당을 찾았다. 이 책은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 런던의 대영미술관,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 부다페스트의 현대미술관, 취리히의 시립미술관,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 마드리드의 프리도 미술관, 로마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 도쿄 서양미술관, 심지어 수덕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만난 작품 속 그녀들에 관한 기록이다. 그녀들은 여행 중 혹은 살다가 우연히 저자의 눈에 띄어 글로 쓰여진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저자가 길을 떠날 수밖에 없도록 만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존재들이다. 그렇게 이 책은 길 위에서 쓰여졌다.
2. 명화 가이드가 아닌, 작가 함정임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그림 속 여자들의 삶 이야기
이 책은 그림이나 화가의 역사적 배경이나 미술사적 의미를 친절하게 들려주는 해설서가 아니다. 작가 고유의 감성과 경험과 상상력으로 그림 속 그녀들과의 공감을 이뤄내는, 독자적인 글쓰기이다. 에드가 드가의 <압생트 L'absinthe>의 그녀를 통해 서른아홉 살에 남편을 잃고 여러 명의 자식을 부양해야만 했던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는가 하면, 빈센트 반 고흐의 <슬픔 Sorrow>을 보면서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 절명하듯 한순간 감감한 나락으로 떨어졌던 세른세 살 봄의 자신을 아프게 회상한다. 또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프리다 칼로, 나혜석의 여러 작품들을 감상하면서는 그녀들의 상처투성이 삶을 소설가 특유의 문학적 감수성으로 풀어나간다. 즉 그녀들의 고단한 예술 세계와 삶을 마치 옆에서 지켜본 것같이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미술에 대한 저자의 풍부한 사전지식과 섬세한 감수성이 바탕을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개성 있는 시선이 읽는 이로 하여금 강한 여운을 불러온다.
3. 표현의 대상이 아니라 삶과 예술의 주인공으로 되살아난 주체적인 그녀들의 이야기
일반적으로 에세이는 저자 자신이 주인공이자 서술자이다. 그러나 제목에서도 암시하듯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가 아니라 사실상 반 고흐의 그녀, 뭉크의 그녀, 페르가몬의 그녀, 칼로의 그녀, 실레의 그녀, 나혜석의 그녀 등 저자를 사로잡은 그녀, 그녀들이다. 아마도 그녀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 책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액자 속에 갇힌 채 혹은 화가의 모델로서 혹은 누구의 딸, 누구의 연인으로만 존재했다면, 그녀들은 단지 미술 작품으로만 평가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의 그녀들은 때로는 억울함에 대한 항변으로 피를 부르기도, 때로는 세상을 향해 자신의 슬픔을 적나라게 드러내기도, 때로는 자유로운 몸짓으로 해변을 달리기도 하면서 자신이 삶과 예술의 주인공이자 주체적인 인간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