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1.2권 세트 (빅뱅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중국의 여명에서 로마의 황혼까지)
본서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시리즈의 1·2권 세트구성입니다.* 세계사, 외면할 수 없다면 즐기자!
일명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 우리는 ‘세계여행’을 다니고 ‘세계인’을 만나지만, 실상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한국의 교육과정에서 ‘세계사’는 사실 찬밥이었거니와, 교과서는 단지 암기목록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혹여 뒤늦게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궁금해져서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싶어도, 방대한 규모의 책들에 엄두가 나지 않기도 했을 것이다. 알고는 싶은데 복잡다단하고 두루뭉술하기만 한 세계사, 가뿐한 마음으로 즐겁게 만날 수는 없을까.
래리 고닉은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엘리트 과학도였다. 대학시절에 전공과목 외에도 심리학, 물리학, 사회과학 등 다방면에 심취했던 그는, 일찍부터 역사와 자연과학처럼 ‘살아가는 데에 큰 힘이 되지만’ ‘전문적이라고만 느껴지는’ 내용들을 만화로 재미있고 쉽게 소개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 래리 고닉은 만화야말로 밀물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를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확신하였고, 실로 주목할 만한 재능을 발휘한다. 방대한 자료에 대한 치밀한 분석(꼼꼼하게 독서후기까지 덧붙인 참고문헌 목록은 그의 만화 수준을 방증한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그의 만화들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부교재로 쓸 만큼 지적 완성도를 인정받고 있다. 간결한 줄거리와 풍성한 이야깃거리 그리고 재치만점 대사로 인류 진보의 대서사를 엮어가는 그의 만화가 국내 어린이학습만화와 차원을 달리하는 이유다. “세계사를 알고 싶은 사람”에겐 훌륭한 개괄서가 될 것이고, “세계사를 잘 아는 사람”에겐 새로운 지평을 선사할 것이다.
* 지구는 둥글고 세계는 평평하다
1권을 펼치자마자, 독자들은 여느 세계사 책과 다른 점을 마주하게 된다. 빅뱅, 우주의 탄생이라니? 과학도다운 우주적인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래리 고닉은 생명 출현부터 공룡 시대, 포유류의 번성까지 꼼꼼히 짚고 나서야, 우리 자신 바로 인류 이야기에 들어선다.
본격적으로 인류의 역사를 다루는 면면에도, 래리 고닉의 수평적인 역사관은 드러난다. 서양 강대국 위주의 역사 서술에 치우치지 않고 각 대륙을 골고루 조명하며 문명 교류의 흔적을 훑고 있는 것이다. 특히 3권에서 다양성의 보고 아프리카, 이슬람 제국, 유목의 본고장 중앙아시아를 넘나들며 파란만장하게 펼쳐지는 숨어 있던 인류사는 낯선 만큼 의미심장하다.
래리 고닉은 이처럼 장구하고도 폭넓은 역사를 세부적인 정확성을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인 조망을 놓치지 않고 그려낸다. 성의 기원을 다루는 면(1권 22∼25쪽)에서는 자칫 어려울 수 있는 과학적 설명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고, 백악기(1권 42∼43쪽)나 플라이오세(1권 54∼55쪽)의 들판을 보여주는 면들은 아이맥스 영화인 듯 생생하다. 크로마뇽인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면(1권 82∼83쪽)이나 기원전 1500년경 이집트의 종횡무진 활약상을 정리한 면(1권 144∼145쪽) 등은 역사를 동시대적이고 거시적으로 보는 시야가 트이도록 돕는다.
* 문화는 힘이 세다
래리 고닉 세계사의 또 다른 매력은 ‘문화’를 풍성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구약 시대(1권 4부)에 한 부를 할애하거나 종교의 요람 인도(2권 1부)를 소개하면서 힌두교와 불교와 자이나교 등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는 것도, 연대기로서가 아니라 문명사로서의 세계사를 보여주는 면목이다. 그리스(1권 5부)를 다룰 때도 고고학적 증거에 한계가 있음을 짚으면서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아가멤논』 등 그리스의 대서사시와 비극을 인용하고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플라톤의 『대화』를 소개하는 등, 전설과 신화와 문헌을 적극 활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낸다. 중국사(2권 2부)에서 제자백가의 면면(84∼97쪽)을 소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래리 고닉이 이끄는 타임머신을 타고 떠난 과거 여행에서 되돌아와 보면 오늘이 다시 보인다. 그리스도교·이슬람교·유대교 등 종교간 반목의 저변에는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는지, 오늘날 최선의 정치형태로 자리 잡은 민주주의는 과연 그리스나 로마의 그것으로부터 얼마나 발전한 것인지, 팍스 로마나와 팍스 몽골리카 등이 팍스 아메리카의 시대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신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만화가의 입담에 빠져 책장을 넘기다가 불현듯 무릎을 치는 재미가 쏠쏠하다.
* 다음 연재가 기다려진다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는 1992년 『만화로 보는 인류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고려원에서 펴낸 바 있다. 래리 고닉은 이 시리즈를 전체 48부작으로 기획을 하고 시작했는데, 국내에서는 2권까지 13부만 번역 출간되고 아쉽게도 절판되었다. 미국에서는 3권(∼19부)이 2002년에 출간되었고 올해(2006년) 10월에 4권(∼24부)이 출간될 예정에 있다.(궁리의 3권은 2006년 6월에 곧 출간할 예정이며, 4권도 계속하여 출간할 계획이다.)
이번 복간에 번역을 맡은 이희재 씨는 래리 고닉의 함축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유머를 옮기느라 꽤 애를 먹었다고 고백한다. 워낙 변말을 많이 구사한 저자의 말맛을 살리기 위해 사투리로 많이 옮겨보았고, 과감히 의역도 했다고 한다. 저자의 포복절도할 익살을 살려보려는 고육지책임을 이해해달라고 엄살을 부리지만, 독자들은 상상력 번득이는 번역이 주는 쾌감도 함께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