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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혁명』은 빌헬름 라이히의 Die sexuelle Revolution(Fischer Taschenbuch Verlag, 1966)을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의 1부는 󰡔문화투쟁에서 성󰡕(Die Sexualität im Kulturkampf)이라는 이름으로 1930년에 섹스폴(Sexpol) 출판사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그 후 1945년에 현재의 형태로 간행되었다. 그 후 여러 차례 독일어본과 영어본이 나왔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었다. 제2부는 러시아혁명을 성혁명의 관점에서 평가한 것으로 현재의 사회변혁을 사유하는데서 주요한 참고가 될 수 있음을 먼저 밝혀둔다.
저자는 맑스(주의)와 프로이트(주의)를 결합하려고 시도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 물론 현존 사회를 강화하려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해체하고 재구성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히는 단순한 결합을 넘어선다. 라이히는 기계론적인 맑스주의와 문화론적인 프로이트주의를 공격하고 계급해방과 욕망해방을 향해 전진한다.
특히 라이히는 계급해방 담론에 의해 억압된 욕망해방 담론을 개방한다. 그래서 포스트주의의 물결 속에서 라이히가 다시 등장하게 된다. 더욱이 그간 구조적, 객관적 사회관계에 묻혀 죽어지냈던 주체가 라이히를 매개로 새롭게 등장한다. 성욕망에 기반을 둔 뜨거운 주체들이 세상을 향해 다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 → 스피노자 → 니체 → 맑스 → 들뢰즈로 이어지는 반체제적(소수적) 사회사상의 흐름 속에서 라이히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활동적이었던 1930년대에 맑스주의자들과 프로이트주의자들에게 동시에 배척당했던 저자는 시대를 뛰어넘어 프랑스 ‘68혁명’ 이후 새로운 주체들과 접속한다. 더 이상 복종하지 않고 더 이상 자신을 기죽이지 않는 주체들과, 건강한 주체들과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실천한다.
이 책은 1부 ‘성도덕의 파탄’과 2부 ‘소련에서 “새생활”투쟁’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의 7장 ‘강제적 결혼과 지속적인 성관계’는 라이히의 성혁명에 대한 생각의 토대를 잘 정리해 주고 있다.
성혁명의 논점은 어린이, 여성, 청소년의 성을 긍정하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의 성을 긍정하고, 당연히 어린이의 성도 긍정한다. 그리고 어린이의 성교육과 관련해서는 ‘알몸교육’을 강조한다. 이는 성에 대한 신비화를 막고, 자연스러운 성과정에 친숙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청소년들의 성과 관련해서는, 그들이 성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저자는 성과 관련해서 급진적인 입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관계가 가장 아름다운 성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서로 파트너와 정신적인 압박 없이 편하게 교제를 통해서 오르가즘을 방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파트너와 일정한 정도의 기간을 두고서 서로 좋아하는 교제의 방식부터 시작해서 서로의 정서와 느낌의 교감과 포용을 통해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깊이 배려하면서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성혁명이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그러한 성격구조를 창출해 낼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지닌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모든 성권리를 보장하고, 여성의 성권리를 열렬히 옹호하며, 현존하는 강제적 결혼(가족)제도를 폐지하고, 사춘기 청소년의 성접촉을 허용하며 실제로 권장할 것 등을 포함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성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필요한 공간과 피임기구들을 제공할 것을 강조한다. 물론 성혼란을 가져오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배려 관계 속에서 지속적인 성관계를 만들어 가려는 것이며 이것은 성적인 자기조절로서 가능하다고 본다.
성혁명은 좁은 의미의 성자유를 넘어서서 집단 속에서 개인을 해방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복종하지 않고 자신 스스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구성해 갈 수 있는 건강한 인간을, 건강한 자율적 주체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다.
아직도 봉건적 잔재가 현존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저자의 주장들이 파격적인 것을 담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역자가 말하듯이 최근 커밍아웃하는 젊은이들은 정체성 혼란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소수적 성과 관련하여 청소년들은 정체성 혼란이란 가장 큰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여겨왔다. 커밍아웃을 한 청소년들은 이미 컴퓨터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까페를 드나들거나 하면서 더 ‘성에 대해’ 잘 알게 된다.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에 가서 친구들과 애인들을 만나면서 지내오게 되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동성애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나만 왜 이상하지’라는 고립감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어 왔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소수적 성을 받아들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성혁명 ISBN 978-89-7728-090-8(03330)
빌헬름 라이히 지음/윤수종 옮김/28,000원/506쪽/정가 28,000원/중원문화/2011.03.25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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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치
19,800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