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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혹은 오랫동안 잊고 지낸 '가족'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아사다 지로의 이야기에는 식지 않은 땀냄새가 물씬 풍긴다. 인생의 잔인하고 쓴 아픔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살아 숨쉬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기에,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눈물과 웃음, 희망을 동반한 채 다가온다.'단절된 세계에 있으면 매일매일 자신의 감성이 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없게 된다. 나는…… 내 감성이 사라져가는 것이 두려웠다.'
한 소설잡지에 게재된 대담에서 아사다 지로는 위와 같은 말을 했다. '지하철'이라는 문명의 이기 역시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단절된 세계를 가져다주는 것 중의 하나이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는 숨조차도 편안하게 쉴 여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순간순간의 제 감성을 읽는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아사다 지로의 소설 <지하철>은 새롭게 다가온다.
몸소 걸어온, 아니 달려온 인생 경로가 몹시도 숨가빴던 만큼 아사다 지로의 이야기에는 식지 않은 땀냄새가 물씬 풍긴다. 인생의 잔인하고 쓴 아픔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살아 숨쉬는 아름다움의 미세한 부분까지 헤아릴 줄 안다. 진솔한 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눈물과 웃음, 희망을 동반한 채 고스란히 가슴에 스며든다.
제16회 <요시가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 수상작인 <지하철>에서 아사다 지로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한 가족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현재의 도시를 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상에 지친 샐러리맨이다. 밖에 나가서는 나날이 무게를 더해만 가는 일에 시달리고, 안으로는 가족간의 갈등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자살한 형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하여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가족 저마다의 가슴속에 묻혀져 있던 수많은 비밀들과 하나씩 마주치게 되는데…….
아사다 지로는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현재를 살아남아 오늘의 일본을 건설한 부모 세대의 삶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전쟁 전의 가난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던 어린 시절의 아버지, 그리고 전쟁이 한창이던 때와 그후의 가난과 불법이 난무하던 시대에서도 오늘을 살아남기 위해 약삭빠르고 억척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모습의 아버지와 조우한다. 얽히고 설킨 아버지의 삶의 타래를 속속히 들여다보면서 그는 평생을 증오해왔던 아버지를 이해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과거의 시간 속에서 맺게 되는 잠시 동안의 사랑마저도 비록 잃을 수밖에는 없는 인연이었지만, 내일을 위해 내딛는 삶에의 새로운 의지가 된다.
오늘날의 가족의 모습 역시 이 경우와 비슷하다. 어쩌면 내 가족의 목소리에 오히려 더 소홀한지도 모른다. 가족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이 시대에, [지하철]은 하나의 희망으로 읽힌다. 심각한 문제로 보이지만 그 해답 역시 마주보는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구할 수 있다. 서로의 지친 목소리에 귀기울이면서 끌어안는 작은 어깨 사이로 희망의 싹을 볼 수 있다.
비록 더럽고 비릿한 냄새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가슴 한구석에는 그들 나름의 아름다움을 남몰래 간직하고 살기 마련인 것이다. 현재의 삶이 지하철에서처럼 갇히고 빠르게 달리는지라 쉽사리 지쳐버려 미처 그 아름다움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내고 있을 뿐이지만, 숨죽인 아름다움이 있기에 지친 일상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아사다 지로는 이처럼 삶에의 믿음을 아름다운 목소리에 담아 들려주면서, 현재를 바삐 살아가는 지친 어깨들을 다독여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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