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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 사상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철학자이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하이데거의 핵심 사상을 그의 삶과 함께 알기 쉽게 해설한 책이다.
저자 박찬국 교수는 오래 전부터 “그 어떤 책보다도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하이데거 사상의 핵심을 독자들의 실존 밑바닥에까지 전달하는, 말하자면 명쾌하면서도 사람들의 실존을 뒤흔들 수 있는 힘을 갖는” 소개서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이런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오랜 시간 이 주제에 매달렸으며, 〈인간 소외의 극복에 대한 하이데거와 마르크스 사상의 비교 고찰〉 〈현대에 있어서 고향 상실의 극복과 하이데거의 존재 물음〉 〈니힐리즘의 기원과 본질 그리고 극복에 대한 니체와 하이데거 사상의 비교 고찰〉 〈하이데거의 니체 해석에 대한 비판적 고찰〉 〈하버마스의 하이데거 해석과 비판에 대한 고찰〉 〈현대 기술문명에 대한 하이데거와 프롬의 사상〉과 같은 관련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하이데거 입문서라기보다 저자가 오랫동안 묵히고 다듬고 걸러낸, ‘박찬국 표’ 하이데거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철학 입문서도 집필서보다는 번역서가 많은 우리 실정에서 이렇게 ‘숙성된’(?) 입문서를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에서 저자는 하이데거의 사상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 번째 부분은 하이데거가 그의 대저 《존재와 시간》을 저술하고 프라이부르크 대학 정교수가 되기까지의 시기에 해당한다. 이 부분에서는 흔히 하이데거의 초기 사상이라고 불리는 사상적 여정을 다루고 있는데, 특히 널리 알려진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원용하여 난해한 하이데거 사상을 조목조목 짚고 있다. 이 시기에 하이데거는 존재 물음을 새롭게 제기함으로써 2500년간 지속되어온 서양 형이상학의 흐름을 혁신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하이데거는 존재를 시간과 관계없이 영속하는 것으로 보았던 기존의 시각에 문제를 제기하고, 불안이라는 기분을 통해 죽음을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존재의 본질을 은폐하지 않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하이데거는 존재를 철저히 시간성 속에서 파악했던 것이다.
두 번째 부분은 하이데거가 나치에 가담할 때부터 독일이 패전할 때까지의 삶과 사상을 다루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하이데거는 나치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었으며, 그 사상에서도 친연성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곤 했다. 저자는 이 시기에 이루어진 하이데거의 활동은 나치 참여의 좌절에 대한 철학적 반성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사상에서 큰 변화가 이루어졌기에 흔히 이때의 변화는 ‘사상적 전회(轉回)’로 불린다고 한다. 전기에서 하이데거가 던진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물음이 정태적이고 비역사적인 방식이었다면 전회 이후에는 철저하게 역사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 또한 현대 기술문명이 인류에게 행복과 안녕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인간을 대체 가능한 노동 에너지로서 닦달하고 있음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세 번째 부분은 대학에 복귀한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의 생애와 사상을 다루고 있다. 하이데거는 나치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교수직을 박탈당했다가 몇 년 후에 복권된다. 그러나 그는 대학에서 강의하기보다는 자신의 철학적 연구의 산실이었던 토트나우베르크 산장에 머물며 집필에 몰두한다. 이 마지막 시기 하이데거 사상의 핵심은 ‘소박한 자연과 사물로의 귀환’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생각은 그의 짧고 시적인 글 <들길>에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여기서 과학기술적으로 표상된 자연의 근거를 시와 예술에서 드러난, 좀더 근원적이면서도 소박한 자연에서 찾으려고 했다. 이와 함께 인간을 과학과 기술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길을 밝히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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