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하고 몽환적인 그림 '키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불세출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생애를 그의 마지막 연인이자 '키스'의 모델로 알려진 에밀리 플뢰게의 눈을 통해 조명했다. 클림트의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사생활과 과도한 여성편력을 참아내면서, 결국 그의 임종을 지키게 되는 에밀리의 회상으로부터 소설이 시작된다.
클림트와 처음 만났을 때 에밀리는 열두 살의 어린 소녀였다. 그는 에밀리의 미술 과외선생이다. 작가는 클림트와 어린 에밀리의 첫 만남부터 뇌졸중과 폐렴으로 숨을 거두는 화가의 마지막 순간까지를 정교하게 그려낸다. 클림트와 에밀리의 사랑과 더불어 세기말 빈의 화려한 예술계와 사교계,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 등 동시대 실존 인물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본문 사이사이에 크림트의 회화작품을 실었다.
이제 그를 생각하면 클림트가 아니라 구스타프였다. 그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가슴에 걸려 있던 빗장을 열고, 그 안에서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엿본 느낌이었다. 다시는 그를 예전과 같은 눈으로 볼 수 없었다. 나는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그의 재능을 존경해. 그는 훌륭한 선생님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내 친구가 되었어.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때때로 고개를 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꾹꾹 눌렀다. - 본문 95~96쪽에서
결국은 큰언니가 옳았다. 나는 그와 사랑에 빠졌다.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나와 결코 결혼해 주지 않고 내게 아이 없는 독신 여성의 운명을 지워줄 늙다리 바람둥이가 아니라, 내게 꽃을 보내 주거나 우리 아버지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 순진하고 성실한 내 또래의 상대와 연애를 하고 싶었다. 구스타프도 내가 이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 본문 213쪽에서
이 순간을 수백 번도 더 그려왔다. 낡은 화실, 그의 어머니의 집, 우리 집, 베네치아의 곤돌라 위, 벨기에 령 콩고의 코끼리 등 위가 무대였다. 내 상상 속에서 우리의 포옹은 정교한 안무 같은 움직임과 차분하고 사려 깊은 밀어로 아로새겨졌다. 빈 미술사박물관에서 보았던 베르니니의 조각처럼 대리석같이 매끄럽고 차가우면서도 부드럽고 온화하며, 팔다리가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럽게 얽히는 포옹이었다. - 본문 199~200쪽에서
엘리자베스 히키 - 윌리엄스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콜럼비아 대학에서 예술학 석사(MFA)를 마쳤다.
송은주 -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6년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미들섹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교양>, <이성과 감성>, <클림트> 등이 있다.
이렇게나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그림도 드물 것이다. 아마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남자에게 키스를 받는 여성의 꿈구는 듯한 표정에서 발산되는 관능적인 기쁨이, 지고의 쾌락을 안겨주는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동경과 환상을 자극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그런데 이렇게 유명한 '키스' 속의 여자는 누구일까? 미술사가들의 말에 따르면, 그림 속의 여자는 클림트의 수많은 여자들 중 가장 오랜 세월 동안 그의 곁을 지켰던 에밀리 플뢰게가 아니라, 오히려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가 모델이라는 설이 있을 만큼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작가는 그림의 모델이 본래 에밀리였다고 추측한다. 이 추측을 바탕으로, 자신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오직 그림을 통해서만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했던 남자 클림트가 사랑을 주제로 그린 대표작 '키스'를 통해 평생에 걸친 사랑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자 했는지를 소설적 상상으로 재구성해 낸다. - 송은주 (옮긴이)
보헤미안 화가들의 허름한 화실에서 펼쳐지는 격정적인 삶과, 빈 상류사회에 대한 반짝이는 풍자를 담은 엘리자베스 히키의 주목할 만한 이 소설은 페이지마다 갈망이 고동친다. 키스는 생생하고, 분위기 있고 매력적이며, 지극히 사실적이다. - 수잔 브릴랜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