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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의 저자 김열규가 ‘한국인의 죽음론’에 이어 ‘한국인의 인생론’을 발표했다. 반만 년 우리 신화와 전설에서 길어올린 《한국인의 자서전》은 한국인의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에 대한 집단 자서전이자, 김열규의 반백 년 연구 인생을 결산하는 역작이란 면에서 의미가 깊다. 또한 ‘아기 빌이’에서 ‘번데기 무덤’까지, 아름다운 우리 상징의 발견과 맵짠 한국인의 삶과 미학을 만날 수 있는 통로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 한국의 석학 김열규 교수의 50년 연구 인생을 결산하는 역작!
- ‘문화의 황금가지’ 김열규, 우리의 맵짠 삶과 미학을 이야기하다
일흔다섯의 노학자 김열규. 그는 한국인의 질박한 삶과 정신세계를 찾기 위해 50년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뮈토스Mythos의 세계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해 문학과 철학 그리고 미학을 두루 섭렵했으며, 전국 곳곳에 분산되어 있는 문헌들을 조사하고 지역 사람들을 만나 잊혀져 가는 우리 신화와 전설을 채록했다. 그렇게 모은 우리 신화의 콘텐츠는 수십 권의 책을 쓸 분량.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문화의 황금가지’라 부르기도 했다. 그는 또한 상상력의 보물창고라고 불리기도 했다. 우리 신화와 전설이 주는 다양한 상상력과 의미들을 풀어놓다보면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그의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다고 한다. 그는 신화와 전설 속에 담겨진 한국인의 정체성과 정신세계를 탁월한 논리와 날카로운 예지를 통해 풀어냄과 동시에 이야기 곳곳에 배치해둔 위트와 유머를 통해 존재론적 성찰을 유도해내기도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삼국지》는 잘 알면서도 정작 우리의 옛이야기에 무관심하기 일쑤인 많은 독자들에게, 우리 상징의 세계를 쉽고 재밌게 풀어쓴 저자의 《한국인의 자서전》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세계화 시대에 맞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고유성을 알리는 작업이고, 우리 옛이야기를 통해 독자들과 좀더 폭넓고 풍요롭게 소통하면서 인문학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한국인’ 이야기는 우리네 집단무의식과 민족 심상의 정수를 가늠케 하는 상상력의 보물창고다. 문화 콘텐츠의 풍성한 황금가지다.” - 우찬제(문학비평가,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신화와 전설의 언어를 푸는 열쇠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뮈토스의 언어를 분석하고 해석해내는 것이 학자의 일이라면, 작가는 그 뮈토스를 자양분 삼아 주체할 수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저자의 글은 이 두 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반백 년 우리 상징의 세계를 연구한 노학자의 글을 읽다보면, 명확해지는 상징 속에서 질박한 한국인의 삶이 절로 그려짐을 알 수 있다. 말이면서 글이고 구어이면서 문어인 그만의 이야기 속에는 혹독하고 애절한, 순박하고 해학이 넘치는 한국인의 숨결이 곳곳에 스며있다.
* “그리스 로마 신화의 뮈토스를 푸는 열쇠가 토머스 불핀치라면, 한국 신화에는 김열규가 있다!”
- 이청준(소설가, 순천대학교 석좌교수)
2. 뮈토스의 세계에서 만난 질박한 한국인!
- ‘아기 빌이’에서 ‘번데기 무덤’까지, 이보다 아름답고 질박한 삶은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한국인의 자서전》은 뮈토스의 세계에서 길어올린 상징을 통해 한국인 삶의 궤적을 찾는 여행이다. 그리스어로 ‘말’, ‘이야기’라는 뜻의 뮈토스는 ‘논리 구조로 이루어진 말’이란 뜻의 로고스와는 달리 자연과 신, 사회, 인간을 분화시키지 않고 단일체계 속에서 이야기되고 믿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뮈토스의 세계는 자연을 대상화하고 객관화하는 지식이 아니라, 인간이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지혜의 창고이기에 상상의 공간이자 동시에 현실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뮈토스의 세계에서 추려낸 주옥같은 상징들은 ‘어머니’로 시작하여 ‘탄생’, ‘자라고 크고’, ‘사랑’, ‘결혼’, ‘세상살이’, ‘죽음’ 등 일곱 개의 목차 속에서 제 생명을 유지하며 제대로 된 집단 자서전의 훌륭한 원재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인의 자서전》을 출간하면서 ‘영혼의 동아줄’을 찾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오늘날 우리들은 ‘뿔뿔이’ 살고 있는 건 아닌지요?” 저자는 이 책을 쓰는 내내 이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뿔뿔이 흩어져 산산조각이 난 우리네 가치관과 세계관에 이 책이 점액질 짙은 그 무엇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저자가 길어올린 대부분의 상징에는 현실과 희망을 잇는 ‘영혼의 동아줄’이 여러 가닥 있다.
저자는 ‘탄생’의 기쁨을 이야기하기 앞서 ‘아기 빌이’ 신화에 깃들어진 우리네 어머니들의 아기를 향한 한없는 열망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신에게 아기를 점지해달라고 거대한 남근석에 ‘몽돌’(모가 나지 않고 둥근 돌)을 비벼댔다. 돌을 문질러서 가는 것은 돌을 쪼아서 가는 것보다 힘겨운 그야말로 고통을 저미는 작업이었다. 이러한 사랑과 정성의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우리들은 태어나고 성장하였던 것이다.
또한 우리의 ‘성공’ 이야기에 앞서 성공을 향한 끊임없는 ‘시련과 아픔’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신화와 전설은 세상살이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일러준다. 버려져서 영웅이 된 ‘바리데기’들에게도 피와 땀 없이 적들의 성곽을 함락하는 일은 없었다. 열두 성벽을 넘고 열두 관문을 열어젖혀야만, 가본 적이 없는 고독한 길을 헤쳐나가야만 비로소 길은 그의 것이 되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감당할 등짐이 커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남보다 더 큰 등짐을 지고 일어서야만 대인이 될 수 있었으며 이러한 대인이야말로 한 세상의 스승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아기 빌이’의 ‘유사 성행위’ 신화와 ‘바리데기’의 ‘통과의례’ 신화는 성공과 기쁨의 터전이 되어준 우리네 동아줄과 같은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저자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매력적인 우리 상징의 세계로 안내한다. 우리의 첫 어머니인 물과 산을 시작으로 그의 이야기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깊은 굴속에서 고해의 시간을 보내는 웅녀라는 아름다운 처녀를 만나게 된다. 모든 생명의 시작인 자궁이라는 굴길 통과를 거쳐, 은빛 물이 출렁이는 ‘선류 일국’ 신화를 지나고, 우리 옛 여인들의 입술 신화를 넘어 선덕여왕의 대담한 ‘섹스 담론’과 다양한 주제의 변주들을 듣는 대목에서는 그야말로 뒤통수를 치는 혜안과 해학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번데기 무덤’과 ‘혼불’에 이르러서는 우리 선인들이 바라보는 죽음의 두 얼굴을 접할 수 있다.
이 중 ‘오리 입부리’와 ‘번데기 무덤’은 순환론적 삶을 바라는 한국인의 내면세계를 대변하고 있다. 여성의 성기인 ‘오리 입부리’를 통해 우리의 삶이 끊임없이 거듭남을 일러준다면, 죽은 아기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번데기 무덤’은 그 아기가 거듭 태어나길 바라는 우리네 순환론적 죽음론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 큰 꿈 한 장이 있다. 한국인의 자서전이라는 큰 꿈 한 장. 여기 그 꿈 속으로 들어와 보시라.”
- 강은교(시인, 동아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3. 한국인의 자서전은 계속 쓰여져야 한다!
- 신명의 심지에 불을 당긴, 고난과 인내를 잊지 말자
끝으로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우리의 자서전이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인의 자서전》을 시작으로 우리의 집단 자서전은 더 많이 그리고 널리 쓰여지고 읽혀지길 바라고 있다. 이와 더불어 후에 쓰여질 자서전에서 단 한 가지 잊지 말아줄 것을 당부한다. 고난과 인내! 그 고난과 인내가 우리의 맵고 짠 근성을 다지게 했고 결국에는 신명의 심지에 불을 당긴 장본인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한다. 장독대, 엎어진 독 위에 모셔진 정화수! 그 앞에 엎디시곤 했던 우리 어머니들, 우리 할머니들의 모질고 긴 고난과 맵짠 인내는 우리 집단 자서전에 없어서는 안 될 강한 상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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