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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면류관 초상』은 23년 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이미지를 소설로 풀어낸 것이다. 23년 전 겨울, 그것을 세례처럼 받아들이던 남가좌동 언덕 밑 풍경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해질 무렵, 나는 언덕 밑에 서서 언덕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나를 사로잡았던 전율할 만한 에너지의 정체를 나는 아직도 모른다. 다만 그것이 예술적 영감이라는 확신만으로 나는 작가가 되었고, 작가가 된 이후에도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내려고 꽤나 고심했었다. 하지만 이미지에서 이야기의 싹이 나고 그것이 자라 소설로 열매 맺히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몇 번이나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결국 23년이 지난 뒤, 농익은 이미지 해탈처럼 소설은 완성되었다. 이미지가 소설로 변하는 과정에 숱한 변화와 뼈저린 세월이 동원된 셈이다. 내 청춘을 제물 삼아 이 소설이 완성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품이 완성된 뒤, 나는 내가 풀어낸 이야기를 읽고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 세월 나를 사로잡고 있던 이미지가 비로소 언어로 해독된 때문이었다. 죄악을 두려워 말라, 죄악을 두려워 말라...... 아무려나 23년 만에 해독된 23년 전의 이미지는 내 소설의 또 다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죄악을 통해 스스로 진화하고자 하는 인간의 행보에 빛의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일.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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