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이래 김연경은 신선한 문체와 도발적인 형식 실험이라는 방법으로 자신의 소설 쓰기를 가꿔왔다. 두 권의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1997), 『미성년』(2000)이 모두 그 좋은 예이지만 이번 첫 전작 소설은 작품 안에서 벌어지는 사소설과 메타 소설의 대위법적인 경쟁이 눈에 띈다. 복수의 이야기선과 진술의 다성적인 교차는 이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작품은 화자의 말인지 작가의 말인지를 구분하기 힘든 프롤로그 격의 첫 장과 에필로그 격의 마지막 장을 칸막이로 하고 있다. 이야기가 풀려나감에 따라, ‘자살 미수’에 성공하고 싶다며 상담을 요청한, 신상이 도무지 드러나지 않는 등장인물이 전화 또는 직접 진술로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신변담과 그가 썼다는 소설이 뒤섞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