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인 지승호가 2005년 한국 사회의 쟁점과 정체성에 대해 7인과 유쾌한 대담을 펼쳤다. 이 책에서 만난 김규항, 노회찬, 박노자, 유시민, 이우일, 진중권, 하종강은 한국 사회에서 누구보다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활동 방향과 신념도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인간 개개인이 스스로의 삶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신자유주의와 계급적 각성의 문제에서부터 진보와 개혁, 노동운동의 문제에 대한 인식 등 2005년 한국 사회의 쟁점을 바라보는 7개의 다른 시각을 접할 수 있으며, 그들의 신념과 개인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2005 한국 사회의 쟁점과 정체성에 대한 7인과의 유쾌한 대담
17세기와 22세기의 가치가 공존하는 듯한 한국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바로 보기란 쉽지 않다. 하층민이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정당을 지지하는가 하면, 노동자가 “이 가뭄에 웬 파업이냐”며 노동 운동을 부정하는 신문을 즐겨보고, 일부 대중은 자신을 옭죄는 올가미가 될 줄도 모른 채 검열을 옹호하고 나선다.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지배와 권위에 반대한다는 박노자, 자신에게는 창작 자체가 작품의 컨셉이라는 이우일, 자신은 온건 진보 혹은 중도 좌파적인 성향의 정치인이라 정의하는 유시민, 고상한 철학 대신 장바닥에서 싸움질을 마다하지 않는 광대의 철학을 하겠다는 진중권, 대중의 지지나 호감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거나 왜곡하지 않겠다는 노회찬, 노동자는 선이고 노동 운동은 사회에 유익하다고 선언하는 하종강,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고는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하는 김규항,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누구보다 분명한 자기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와 계급적 각성의 문제에서부터 진보와 개혁의 차이, 이라크전과 미국의 헤게모니론, 동북아균형자론, 가혹한 군대 문화, 일제의 권위주의적 유산,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구상, 재외동포법, X파일과 삼성공화국, 왜곡되고 뒤틀린 노동 운동에 대한 인식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쟁점을 바라보는 이들 7인의 시각을 통해 오늘 이 땅에 사는 독립된 주체로서의 나의 정체성과 한국 사회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한다.
특히 이 책은 “인터뷰는 인터뷰이를 둘러싼 이미지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라는 지승호의 인터뷰 미학이 어느 책보다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인터뷰집이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7인과의 인터뷰 속에서 우리는 그들의 개성적 어투를 통해 세상과 사회를 바라보는 그들의 신념과 개인적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다음은 오늘의 한국 사회의 지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인터뷰 내용들이다.
*지금 한국은 현대판 신분제 사회로 가고 있다__박노자
”한국의 자본주의는 성장기가 끝나고, 신자유주의적 체제로 재편되어 가면서 계급 구조가 거의 공고화되었어요. 지금 계급의 80~90퍼센트는 세습된 것입니다. 상층 계급은 물론이고 중산 계급과 하층 계급 사이에서도 거의 넘어가기 어려운 경계선이 이미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이는 어디까지나 자본주의 운영의 당연한 논리이기도 합니다. 어느 자본주의 국가든 성장기가 끝나면 계급적 경계성이 뚜렷해지는데, 여기에다 한국식의 종속 자본주의, 소수 재벌 위주의 종속 자본주의의 모순 구조가 노골화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민중이 그 모순점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파악하고, 그에 대응하여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하는 거예요. …지금 한국은 하층민이 일어설 수 없는, 이미 계급의 한계성을 넘을 수 없는 현대판 신분제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분노를 자본주의에 대해 행하지 않고, 박정희 시대라는 성장 시대에 대한 향수로 나아간다면, 한국 극우 세력의 영구 집권의 정치적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