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에게는 대체로 그의 예술혼과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해 내는 대표적인 모델이 몇 있게 마련이다. 물랭 루즈의 화가 로트레크에게는 잔 아브릴이, 앵티미슴의 대표 보나르에게는 마르트가, 벨라스케스에게는 깜찍한 공주 마르가리타가 그렇다. <화가와 모델>은 이렇게 우리에게 화가와 모델의 관계에 대해 의미 있는 생각거리를 제공해 주거나 인간적인 공감이나 동정을 자아내게 하는 경우, 또 나름대로 인상적인 작품의 토대가 된 경우의 화가―모델 25쌍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다.
제1부 ‘정염의 거울에 그대를 비추다’에서 소개하는 이야기는 모델이 화가의 정부(情婦) 또는 연인인 경우이다. 첫번째 부인과의 사별 후 사랑하게 된 헨드리케를 애틋한 감정을 담아 그려낸 렘브란트, 신분의 벽을 넘어 도발적인 포즈의 ‘마하’ 연작을 창조한 고야와 알바 공작부인, 결코 맺어질 수 없는 그래서 더욱 비극적인 사랑을 작품에 표현한 에드워드 번 존스,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로댕과 클로델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화려한 그림들과 함께 눈을 사로잡는다.
2부 ‘아내, 그 사랑의 이름으로’에서는 화가와 모델이 부부인 경우가 소개된다. 아내 엘렌에 대한 충실한 사랑을 화폭에 그려낸 루벤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과감하게 사랑을 선택한 후 늦게나마 부부의 연을 절절하게 표현한 밀레이, 화사한 빛으로 아내를 그린 모네의 이야기가 인상 깊다.
3부 ‘영감의 씨줄, 동행의 날줄’에서는 더욱 다양한 화가와 모델의 관계가 보여진다. 보티첼리에 의해서 환상적인 비너스로 다시 태어난 시모네타, 아카데미 역사화의 대표 모델 카다무르, 오랫동안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었던 마네의 빅토린, 그리고 실레의 여동생 게르티와 반 고흐의 영원한 이웃 룰랭 가족 등 화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들의 이야기가 풍성하다.
<화가와 모델>에는 또 고대 서양 미술에서 모델이 어떤 존재였고 어떻게 그 위상이 변해왔는지, 그리고 미술 교육에서 모델의 중요성은 어떠했는지를 더욱 깊게 다룬 글이 수록되어 있으며 각 꼭지마다 화가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실어 미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은이 소개
이주헌
자타가 공인하는 서양미술 이야기꾼. 작품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시선, 쉽고 아름다운 글쓰기로 대중을 위한 미술 교양서의 새 장을 열었다. 가족과 함께 떠난 유럽 여행을 정리한『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 이주헌의 행복한 그림읽기』(1997)은 지금도 많은 사람을 받는 대중미술서, 테마기행서의 베스트셀러이다.
『명화는 이렇게 속삭인다』, 『이주헌의 프랑스 미술 기행』, 『신화, 그림으로 읽기』,『내 마음 속의 그림』,『미술로 보는 20세기』,『클림트』, 『20세기 한국의 인물화』등을 발표하였고, TV 프로그램 (EBS- TV <이주헌의 미술 기행>, <청소년 미술 감상>, KBS- TV『문화가 산책』)이나 신문 잡지 등 여러 미디어를 통해 미술과 대중의 간격을 좁히고 있다. 옮긴 책으로 『엄마와 함께 보는 세계의 미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