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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원만한 인간관계도 불화 한번 겪지 않고 유지되는 법은 없다. 사소한 갈등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수도 있지만, 서로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불화사건이 흥미로운 건, 관계가 조화로울 때보다 갈등을 겪을 때 인간적 품성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천재예술가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위대한 예술적 창조의 천재들은 대체로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이었지요”라는 저자의 말처럼 천재예술가들에게서 볼 수 있는 자신의 재능에 대한 자긍심, 남과 다르다는 별종의식, 과도한 상상력, 극도로 예민한 감수성, 불 같은 열정, 상처받기 쉬운 자존심 등의 부정적인 인격적 면모는 대인관계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역사에 기록될 불화사건을 일으켰다. 세계문화사에 불멸의 족적을 남긴 위대한 창조적 천재들 사이에서 일어난 역사적인 불화사건을 추적하는 것은 당시의 시대적 조류에 대해서뿐 아니라 그 주인공들의 인간적 면모도 새로이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그들이 창조한 문화적 유산을 해석하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
바그너 & 뷜로 _ 19세기 음악계의 최대 스캔들, 바그너-코지마 사건
헌신적으로‘바그너의 바통’이기를 자처했던 한스 폰 뵐로는 자신의 영웅과 아내와의 간통사실을 알고 절망하여 심하게 앓았다. 신경은 거의 파멸상태였고 사지가 부분적으로 마비되었다. 바그너와 코지마의 관계가 고조되어 있을 무렵 간통의 현장인 뮌헨에서 바그너의 작품 《트리스탄과 이졸데》 초연을 지휘했으니, 뷜로에게는 참으로 잔혹한 운명이었다. 이 사건으로 가장 난처해진 사람은 리스트였다. 그에게 ‘가장 소중한 세 사람’인 이들을 너무나 잘 이해하기 있었기에 어느 한편을 비난하거나 옹호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다만 파멸 직전의 뷜로를 위해 두 사람의 결혼은 구제하고자 노력했으나, 끝내 바그너에게로 간 딸을 진정으로 비난하지는 않았다. 결국 뷜로는 코지마의 결심과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바그너 같은 거인적 천재를 요구했소. 그리고 바그너는 또 코지마 같은 지적이고 예술적인 여성의 공감을 필요로 했으니, 둘이 결합되는 건 필연적인 결과였죠.” 이혼 후 뷜로는 바그너 진영을 떠나 브람스를 필두로 한 바그너의 적대진영에 합류해 브람스 음악의 열렬한 전위병이 되어 일에만 매달렸다. 시기, 질투, 과대망상, 자만, 도덕불감증, 르네상스적 무자비성, 가공할 만한 허위와 기만… 바그너라는 인물을 평가하는 데 빠짐없이 거론되는 이 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뷜로는 끝까지 바그너의 작품을 자신의 레퍼토리에서 탈락시키지 않았다.
베를렌 & 랭보 _ “그는 랭보를 알아보았고, 그로써 그에겐 모든 것이 끝장나버렸다”
생전에 이미 방탕과 동성애로 점철된 기괴한 행적으로 악명이 높았던 베를렌과 랭보는 일반대중에게는 그들의 작품보다는 화려한 사생활로 더욱 유명하다. 그러나 이들의 예술을 논하는 모든 전문적인 문학적 기술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진지하게 탐구해야 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다. 둘의 관계에서 빚어진 상황들이 이들의 작품의 궤적과 밀접한 관련을 갖기 때문이다. 열일곱의 희유한 악동천재 랭보가 베를렌의 작품에 매료되어 제 발로 걸어 10년 연상의 베를렌에게 찾아오면서부터 베를렌의 삶은 파멸을 향하게 되었다. 이미 결혼까지 한 그였지만 가정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부인을 폭행하는 등 일상생활을 엉망으로 만들면서까지 랭보와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그의 문학적 도정의 방향까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유약한 성격의 베를렌과 베를렌을 철저히 이용한 랭보는 잦은 언쟁과 폭력까지 행사하면서도 2년여 간은 서로에게 열정적인 연인이었다. 둘이 파국을 맞게 되는 날, 만취한 베를렌은 떠나겠다는 랭보를 만류하기 어려워지자 총을 겨누게 되었다. 다행히 손목에 경미한 상처를 입은 랭보는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고, 랭보를 배웅하러 나온 베를렌은 다시 총을 꺼내 랭보를 위협하다 붙들려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수감되기에 이른다. 베를렌은 죽을 때까지 지난날의 사랑을 찬양하며 그의 작품에서 랭보를 불멸화시켰다. “역사는 너를 죽음의 승리자로, 또한 / 순수의 극치에 이른 삶의 향유자로 조각했다. / 그 하얀 너의 발은 ‘선망’의 머리 위에 놓여 있나니!” 그때 랭보는 아프리카나 아라비아 등지로 방랑하며 무기 밀매업 등 장사꾼 노릇을 하며 과거의 사랑을 비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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