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독일 낭만주의 회화의 거장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그림을 보면 자연이 불러일으키는 고고한 감정과 자연 앞에 선 인간의 고독함, 그리고 그 안에 녹아 있는 낭만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프리드리히의 그림들을 유심히 보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늘 비슷한 키에 비슷한 복장을 한 두 남자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 두 사람의 그림자 속에는 실제로 화가 프리드리히의 개인적인 슬픔이 배어 있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화가 자신이고 그 옆의 젊은 남자는 화가가 사랑한 제자 오귀스트 하인리히이다. 어느 날 사랑하던 제자 하인리히가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프리드리히는 참을 수 없는 고독과 슬픔에 잠긴다. 그는 하인리히의 고독을 함께 나누고자 그림 속으로 그를 만나러 간다. 그래서인지 프리드리히의 그림 속에는 죽음이 갈라놓은 넘을 수 없는 거리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처럼 사랑과 행복, 이별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그림 속 연인들은 달콤하고 은밀한 사랑의 추억에서 비극적 운명에 대한 슬픈 조소까지 명화가 전하는 잔잔한 울림과 풍부한 시정(詩情)으로 사랑의 은유와 깊은 통찰을 들려준다.
지은이 소개
박정욱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에서 현대문학으로 석사,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미술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1회 고암학술논문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로커스 편집위원, Land Plus Art Institute 소장직을 거친 후 이응노 미술관 소장으로 재임하며 세브르 도자기전, 이응노·롤랑바르트전 등의 전시를 기획 총괄했다.
현재 파리 고등사회과학원(EHESS) Art & Locus Institut 연구소장이고 조경가로도 활동하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각지에서 전시와 작품 활동을 겸하고 있다.
저서로는 『루브르 계단에서 관음, 미소짓다』, 『풍경을 담은 그릇, 정원』, 『거꾸로 서 있는 미술관』 등이 있으며 미술평론과 미학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