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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언덕 위의 하얀 집 (2)

언덕 위의 하얀 집 (2)
출판사 : 생각의나무
출판년도 : 2001.09.19
지은이 : 문윤근
ISBN : 8984980617
책 쪽수 : 267 page
정가 : 7,000 원
 


그가 이번 작품에서 탐문하고 있는 것은 공적 제도로서의 “가족과 사랑”이다. 이는 그가 지금껏 즐겨 다루어왔던 사적 제도의 세계, 말하자면 세계 혹은 타자와 불일치하고 불화하여 번민하는 개인의 황폐한 내면. 그리고 섹스와 욕망 같은 자의적이고 가변적인 개인성의 세계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가족과 사랑”이라는 주제는 사적 모티프을 배제한 매우 공식적인 함의를 가질 수 있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전작들을 배태시킨 문윤근 언어의 발화지점을 '자취방'과 '도서관'과 '주점'으로 볼 수 있다면 이번 작품을 진행시킨 발화지점은 우리는 '오피스텔'이거나 '법원' 혹은 '병원' 같은 공적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예림은 부모인 동석과 채정이 불화 끝에 이혼을 하자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설정을 통해 작가는 이혼 가정의 파괴적 속성, 그 속성이 잉태하고 있는 비극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또한 딸의 죽음(자살)이라는 참담한 슬픔에 직면하고도 서로 대립하고 반목하는 동석과 채정의 모습을 통해 인공의 제도적 관계가 갖는 허술함과 야만성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이기적인 관계는 아무런 인간적 구속력을 가지지 못한다. 그들은 더 이상 부부일래야 부부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이혼, 별거 가족 간의 폭력과 살인 같은 가족 제도의 끔찍한 결락 현상이 두드러지는 현대에 '가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동시대가 직면한 문제를 간파하고 그 동인을 찾아 해명하는 신분적 책무를 이해하는 작가라면 당연히 놓치지 않아야 할 중요한 질문이다.



이 소설이 던지는 이러한 질문의 유효한 의미가 온전히 해석되고 수용될 수 있을 때 우리는 이 소설을 조심스럽게 새로운 가족소설의 전범으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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