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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공자가 사랑한 나무 장자가 사랑한 나무

공자가 사랑한 나무 장자가 사랑한 나무
출판사 : 민음사
출판년도 : 2003.07.25
지은이 : 강판권
ISBN : 8937471027
책 쪽수 : 278 page
정가 : 12,000 원
 


지금, 다시 고전(古典)을 고민하는 까닭
어느 시대에나 고전은 존재했다. 전(前) 시대의 고전을 자양분 삼아 인간은제 몸을 살찌우고 훗날의 고전을 새로이 창조할 힘을 길렀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사람인 공자와 장자의 사상과 저작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강판권은 고전이 ‘생물’이라 말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의 눈에 비친 이 땅에는 “고전은 있되 살아 숨 쉬는 고전은 드물다.” 태반이 창고에 갇힌 채 햇빛도 보지 못하고 퀴퀴한 곰팡내만 풍기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경전, 지레 겁먹고 절레절레 고갯짓만 할 따름인 경전이라면 꿰지 않은 서 말 구슬에 다름없다. 저자는 기꺼이 고전에 숨을 불어넣기를 자임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생각하는 왕도(王道)기 때문이다.
“내가 얕은 학문으로 일반인에게 유교 경전을 소개하려는 것은 분명 오만이다. 그러나 능력이 있으면서도 침묵하는 것 또한 일종의 오만이다. 능력 없이 덤비는 것도 오만이고 능력 있으면서 침묵하는 것도 오만이라면, 나는 전자를 택하겠다. 왜냐하면 안다고 혼자 큰소리치는 것보다는 잘 몰라도 함께 고민하는 것이 낫다고 믿기 때문이다.” (p.19 나무와 고전)

나무와 경전의 만남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경전을 읽어 왔지만, 경전 속 한 그루 나무에 주목한 이는 없었다. 저자가 하필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나무에서 혁명가의 자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무는 해마다 잎을 갈며 성장한다. 그러나 나무는 다른 존재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결코 다른 생명의 몫을 빼앗지 않는다. 어떤 나무는 새로운 잎과 열매를 만든 후에도 묵은 것을 함께 달고 산다. 저자는 나무의 삶에서 인간이 지향해야 할 혁명의 참모습을 본다.
“나는 나무처럼 혁명할 기회를 엿보아 오다가, 삼 년 전부터 나무로 경전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나무로 경전을 읽는 까닭은, 고전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한 인간은 물론이고 한 사회가 수준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며, 또한 학생들에게 고전의 중요성을 자주 언급해 온 이상, 쉬우면서도 의미 있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나는 그 길이 바로 나무와 함께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무는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꺼리지 않고 가까이 여기는 존재기 때문이다.” (p.273 저자의 말)

복숭아나무에서 물푸레나무까지
<대학(大學)>의 복숭아나무에서 촉발된 저자의 관심은 은행나무와 측백나무(논어(論語)), 뽕나무와 가래나무, 오동나무, 대추나무(맹자(孟子)), 박달나무, 무궁화(시경(詩經)), 대나무, 복사나무(서경(書經)), 버드나무(주역(周易)), 참가죽나무, 상수리나무, 계수나무, 느릅나무, 매실나무, 물푸레나무(장자(莊子))로 확대된다. 그러나 저자는 단순히 나무 이름을 늘어놓고 그 출처를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나무와 경전이 만나는 지점을 때로는 거시적이고 때로는 미시적인 눈길로 포착함으로써 우리의 시야를 트여 준다. 그는 공자와 노자가 각각 자기 사상의 핵심 개념인 ‘인(仁)’과 ‘도(道)’를 나무에 비유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강하고 굳세고, 질박하고 어눌함이 인에 가깝다[剛毅木訥 近仁].”(논어, 자로) (p.67)
공자가 나무를 ‘인(仁)’에 비유한 까닭은 나무가 가지고 있는 성질과 무관하지 않다. 나무는 가공하지 않은 존재다. 인공적인 손길이 닿지 않은 상태는 겉으론 투박하지만 그 어떤 가공품보다 위대하다.
“영화(榮華)를 알면서도 욕된 자리를 지킨다면 천하의 모든 것을 수용하게 된다. 천하의 모든 것을 수용하게 되면 영원불변의 덕이 이에 넉넉해져 질박함[木]으로 돌아간다.”(도덕경) (p.223)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이름에 엄연히 ‘나무’를 포함하고 있는 대나무가 어째서 벼과 식물로 분류되어 있는지, 상수리나무와 가죽나무를 의미하는 ‘역저(?樗)’를 ‘쓸모없는 존재’ 혹은 ‘능력 없는 사람’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어째서 문제가 되는지 등 사람들이 나무에 대해 품고 있는 오해를 바로잡고 나무가 받아야 할 제 몫을 찾아 주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저자는 인간중심주의에 빠져 다른 존재를 함부로 재단하는 잘못을 쉽게 저지르는 우리의 오만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와 학계에 대한 비판과 지식인으로서의 반성
저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공자의 두 제자 안연과 자로 이야기를 들어, 한국인은 급한 성미는 자로를 닮았으나 자로의 소박함은 닮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2장에서는 <대학(大學)>이 구현하려는 교육 이념과는 거리가 먼 오늘날의 대한민국 대학 교육 현실을 준엄하게 꾸짖는다. 지금의 대학은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사람’만을 키우는 ‘취업 학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까’가 아니라, ‘왜 돈을 버는가’다. 더불어 인문학의 위기는 인문학자들 자신이 불러온 것이라며, 고전을 무시하고 가르치지 않는 학계의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고 차분히 타이른다. 개인의 성장과 한국 사회의 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물의 하나는 대학이다. 그런데 이 대학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정보의 대부분을 관리하는 도서관이다. 그러나 한국의 도서관에서는 교수도 학생도 책 구입에는 관심이 없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4장에서는 ‘도서관 층수 넓히기’ 운동을 제안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 외에는 문외한으로 졸업하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저자의 바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공부는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게 아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이나 매일같이 앉아서 공부하는 장소가 어떤 곳인지,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어 주고 겨울에는 바람을 막아 주는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를 아는 것이야말로 공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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