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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을 종군기자로 전장을 누빈 저자는 이 책에서 10개의 전쟁과 1개의 자연재해를 다루고 있다. 수백 명에 이르는 전쟁 당사자의 인터뷰와 풍부한 자료조사, 그리고 자신의 전쟁 체험을 토대로 마치 현장에서 리포트를 하듯 생생하게 전쟁 이야기를 전해준다. 섣부른 역사 해석을 절제하면서 저널리스트의 냉정한 시각으로 독자를 역사적인 전장으로 안내한다. 역사적 사건의 전체를 파악하면서 전투 장면을 디테일하게 묘사해내는 저자의 탁월한 능력은 2천 년 전 로마군의 게르만 침략전쟁마저도 마치 최근에 일어난 어느 전쟁처럼 독자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놓는다.
이 책은 서기 9년 로마군의 게르만 침공에서부터 1965년 베트남 전쟁까지 역사적으로 유명한 전쟁들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해놓았다. 그리고 날씨가 승패에 영향을 미치고 역사까지 바꾸어놓은 전쟁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포착해 리얼하게 묘사해낸다. 저자는 유명한 역사서의 기록들 중에서 전쟁 당시의 기상 조건과 전투 장면에 관한 기록들을 풍부하게 인용해 내용의 사실감을 높여주고 있다. 또 전쟁 당시의 지도를 싣고 있어 전쟁의 전체 상황을 파악하면서 읽게 만든 것도 이 책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1장의 「괴멸된 바루스의 로마 군단」은 당시 게르만족의 영토 대부분을 점령한 로마군이 반란군 토벌에 나섰다가 토이토부르거 발트에서 천둥과 번개로 인해 전멸하다시피 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바루스가 이끄는 3개의로마 군단은 케루스키족 출신의 아르미니우스가 지휘하는 반란군에 맞서 싸우다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풍우가 덮쳐 참패했다. 게르만족의 신화에 등장하는 천둥과 번개의 신인 토르가 정복자 로마군을 물리친 것이다. 이 전쟁은 로마군으로 하여금 게르만 침략을 포기하게 만들었고, 나중에 게르만족 통일의 밑거름이 되었다.
2장의 「가미카제, 신의 바람」은 일본 정벌에 나선 몽골 제국의 수십만 대군이 규슈 해안을 강타한 태풍에 전멸한 이야기이다. 1274년의 1차 원정에 실패한 쿠빌라이 칸은 1281년 8월, 3,500척의 군함을 이끌고 2차 일본 정벌에 나섰다. 그러나 신은 일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마침 쓰시마 해협을 통과하던 태풍이 규슈 해안을 상륙하려고 하는 몽골 제국의 수십만 병사와 대규모 선단을 삼켜버린 것이다. 일본은 이 폭풍우를 ‘가미카제(신의 바람)’라고 불렀고, 이 승리로 인해 대륙 정복이라는 작은 불씨를 가슴에 품게 되었다.
4장 「두 개의 다리를 건너라!」는 한 번의 패배도 몰랐던 나폴레옹의 ‘위대한 군대’가 러시아 침공에 나섰다가 자연의 힘에 굴복한 전쟁의 기록이다. 러시아의 겨울을 경험하지 못했던 나폴레옹은 러시아군과 싸우기 보다는 동장군과 싸우다가 처참한 패배를 맞이하게 된다. 후퇴를 하던 도중에도 러시아군과 동장군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결국은 ‘위대한 군대’가 ‘유령의 군대’가 되어 프랑스로 돌아온다. 8장에서는 역사 수업을 빼먹었던 ‘또 한 명의 나폴레옹’에 의한 러시아 침공을 다루고 있다. 독일의 히틀러는 똑같은 시기에 똑같은 길을 따라 러시아를 침략했다가 나폴레옹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혹한에 참패를 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9장과 10장은 날씨가 승패를 가른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루었고, 11장은 저자가 직접 종군기자로 참전한 베트남전 이야기이다.
그러나 신은 여전히 날씨를 다스리고 있다
이 책은 역사상의 유명한 전쟁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충돌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유사 이래 인류는 늘 자연의 영향 아래 있었고, 인류사 역시 자연에 대한 도전과 응전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이 일으킨 전쟁보다 훨씬 더 많이 자연의 힘에 대항해 싸워온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자연과 충돌할 때 그 결과는 늘 대재앙으로 이어질 뿐이었다.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서도 전쟁으로 인한 피해보다는 자연재해가 훨씬 더 끔찍하고 심각하다. 최근에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나 동남아를 휩쓴 쓰나미와 지진은 자연의 가공할 파괴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셈이다.
이 책은 날씨를 이야기 하지만 날씨를 다룬 책은 아니다. 인간이 의도하고 일으킨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한 요소, 즉 불가항력한 자연의 힘이 역사적 결과를 어떻게 바꾸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거론하는 전쟁이 전적으로 날씨 때문에 승패가 갈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자가 날씨에 주목하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프리즘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 그것이다.
인간의 역사를 과연 자연과 분리해서 상상할 수 있는가? 전쟁이라는 행위는 인간과 인간의 충돌이지만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한 요인인 자연의 기후가 인간의 삶을 규정하고 역사를 결정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날씨가 신의 영역이건 악마의 영역이건 인간의 삶을 일정하게 지배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인간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자연이 개입해 엉뚱한 방향으로 내몰기도 한다. 이것을 우연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은 자연의 법칙과 순리를 무시해버리는 것이 된다. 이 때 자연은 어김없이 인간에게 대재앙을 안겨주었다.
인간이 진보를 멈출 수 없듯이 자연도 진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노아의 방주 시대 이후로도 날씨는 여전히 예측불가능하고 또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현대 과학이 발달하면서 날씨를 조절하려는 인간의 시도가 때때로 작은 성공을 거두기도 하지만 그것은 자연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날씨를 포함한 자연은 여전히 인간이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자연의 행위가 인간에게 파괴를 의미하건 건설을 의미하건.
“태곳적부터 인간의 역사는 자연의 기후에 영향을 받아왔다. 인간이 진보를 멈출 수는 없지만 자연의 법칙에 순응해야 한다. 또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간이 날씨를 정복하려고 애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왜냐하면 간단히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일하게 확실한 것이 있다. 인간은 자연의 모든 것을 잘 이용해 왔다. 그러나 신은 여전히 날씨를 다스리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 날씨를 예측하고 조절하려는 시도는 자연을 향해 내딛는 거대한 발걸음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날씨 조절을 전쟁에 이용하려는 시도는 2차 대전과 베트남 전쟁 때도 있었다.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에서 승패를 결정지을 만한 요인인 날씨를 예측하고 조절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날씨를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기술적 진보와 함께 자기 파괴 본능이 서로 연결된 하나의 상징이라는 경고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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