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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소설의 다채로운 풍경 가운데서 김록은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은 독창적인 소설 세계를 펼쳐보이고 있다. 『악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극단적인 주관성의 언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비유들이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다. 꽉 짜인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탈 문법적인 문장이나 표현도 두드러진다. 의도적으로 구사되는 비문, 어색한 표현, 부적절한 호응 관계의 문장은 물론이고, 때로는 의도적인 오류마저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그런 비문과 의도적인 오류에는 독자들이 알 수 있도록 별도의 표시를 해두었다. 신조어도 무수히 등장한다. 그러나 이런 표현들이 책읽기를 방해하거나 거슬리지 않고 독특한 문체를 뿜어내며 소설에 생생한 호흡을 불어넣는다. 작가의 단련된 언어 감각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리라.
소설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내레이션’에서 작가는 “건강한 정신만으로 과연 병고(病苦)에대한 통찰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쓴다. 무의식의 세계에 존재하는 부조리나 병고(病苦)를 건강한 언어, 즉 규범적이고 관습적인 언어로는 드러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들여다볼 줄 아는 언어는 관습을 위반하는 언어일 수밖에 없다. 이 위반의 질적 양적 극대화가 소설 『악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악담’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비방하거나 저주함, 또는 그 말”이다. 그러나 소설의 제목 ‘악담’이 그렇게 사전적 의미로 쓰이지 않았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허위의식이나 속물근성이 배제된 솔직하고 진실한 언어에 대한 반어법으로 쓰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 무수히 많은 말을 하고 있지만 정작 말하지 못하는 그 무엇, 이미 존재하는 규범적인 언어가 아닌 끝없이 생성되는 위반의 언어, 생산적인 말의 잔치, 말의 실험 등을 역설적으로 ‘악담’이라고 표현했으리라 생각된다. 『악담』은 이러한 작가의 언어 철학과 언어 미학이 유감없이 발휘된 실험적인 작품이라 말할 수 있겠다. 독자에게 속도감 있게 읽히는 익숙한 방식의 소설은 아니지만 그저 그런 소설에 식상한 독자들에게는 매우 신선하고 파격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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