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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시집『아버지꽃』에 대하여
광주대 대학시절 조태일 시인으로부터 문학적 감화를 받아 시작활동을 해온 홍성식 시인이 지난 2005년 4월《시경》창간 3주년 기념호에「끝이다, 아니 시작이다」외 3편을 발표하여 시단에 얼굴을 내밀자마자 곧바로 처녀시집을 상재해 화제다. 현재 <오마이뉴스> 문화부 기자로 활동 중인 홍성식 시인의 이번 첫시집『아버지꽃』은 시집 제목이 시사하듯 아버지(父性) 상실시대에 바치는 한 시인의 진득한 과거가 묻어있는 청춘의 편력기이자 가족의 의미와 여성의 존재와 성의 의미, 섹스(SEX)가 한 존재에게 어떠한 의미를 던져주며, 그 속에서 인간성을 찾아가는 삶의 편력과 함께 지난 시대 우리사회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느낀 여러 소회와 고뇌하고 방황하며 살아온 한 청춘의 과거사를 진솔하고 솔직담백한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홍성식 시인의 이번 처녀시집은 총4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모두 63편의 시를 싣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오마이뉴스>에 연재되어 그 도발적 상상력으로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제1부인‘꽃 속으로 추락하다’는 이시인이 이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독법으로 읽히는 바 이는 자본의 물신 속에서 사는 현대인의 고뇌와 절망의 언덕을 뛰어넘어 비상하고자 하는 자기 결단의 흔적을 보여준다. 제2부인‘아버지의 집’은 가족의 의미와 아버지, 어머니, 누이 등 삶의 동반자들에 대한 애착이 넘쳐나며 특히 아버지 상실시대에 부정(父情)의 미학을 보여주는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3부인‘돼지의 딸을 사랑했다’는 여성의 존재의 의미와 그것이 한 남자를 어떻게 변화시켜 가며, 아울러 섹스가 한 인간에게 어떠한 질적 변모를 가져다주는가에 대한 그 나름의 진지한 탐색이며, 마지막 제4부인‘내가 건드린 바람’은 고교시절 한때 랭보를 꿈꾸며 부산 서면로터리 청춘의 아픈 흔적에 대한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
문학평론가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홍성식의 첫시집의 작품 세계에 대해 “소박하고 열정적이되 간결한 서경적 묘사 속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언어미학이 돋보인다”라고 평하고 있으며,「뱀에 관한 몇 가지 단상」은 갇혀버린 시인의 몸 대신에 마음이 멀리 상상의 여행을 떠나는 것에 관한 고백으로써 이 시인의 독특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이 시에서처럼 시집 전체를 통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기존의 도덕과 권위 그리고 인간 자체의 욕망과 본능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면서 자아를 찾으려 몸부림치는 한 시인의 삶과 인생, 그리고 자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준다. 홍성식 시인은 외롭고 반복적인 삶 속에서 욕망에 이끌리면서도 그 더럽힘을 통해 역설적으로 욕망을 지양해 나가는 초인적인 존재를 꿈꾼다. 또한 4부의「어둠이 걸어오다」는 색다르면서도 고적한 맛이 일품이고,「호박밭에서」는 간결한 서경적 묘사 속에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가 선명하게 살아 오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시”라고 평하고 있다. 이 시집의 2부와 3부가 보여주는 아버지이자 어머니이자 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의 동반자들에 대한 애착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지향점은 궁극적으로는 이 세계의 저편, 자기의 삶의 희열이 펼쳐질 수 있는 시공간인 것 같다. 그만큼 시인에게 이 세계는 누추하고 비속하다. 그러나 이 누추함과 비속함 속을 뱀처럼 기어가서 마침내 존재의 영원에 도달하고자 하는 이 시인의 의지는 그로 하여금 외롭고 반복적인 생활을 감내하게 한다. 예컨대 「가을, 붉디붉어라」를 보면,
“아내가 깎아 건네는 사과가 붉다/저물녘 석양은 뛰어들고 싶게 붉고/손자를 안아든 취한 아버지가 붉다//그리움 안고 사는 여자들 치마끝단이 붉다/국도변 하늘거리는 살살이꽃 이파리마다 붉고/불륜을 꿈꾸는 사내들 심장이 붉다// 가을은 온통 붉으니, 도시를 헤엄치는/고추잠자리 똥끝마저 붉다”
라는 시에서 볼 수 있듯이 가을날의 정경을 이렇게 맵시 있게 묘사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시인이기에 이 시인에게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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