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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관찰과 사색을 정제된 언어로 형상화하여 시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홍일표 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 『조선시대 인물기행』이 도서출판 화남에서 출간되었다.
지은이는 1988년 심상신인상을 수상하고,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안개, 그 사랑법』『순환선』『혼자 가는 길』등의 시집을 출간하였다. 또한 전래 민담을 채록하여 새롭게 구성한『닭을 빌려 타고 가지』『산을 잡아 오너라』등의 민담집을 펴내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이 책은 영어와 일어로 번역되어 외국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1998년에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에세이집『죽사발 웃음 밥사발 눈물』을 발간하여 전국 고등학교 및 주요 학원에서 논술 교재로 채택되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하였다.
이번에 출간된 홍일표 역사기행 산문집『조선시대 인물기행』은 지은이가 월간『지방행정』에 4년간 인기리에 연재한 글을 새롭게 보강, 정리하여 펴낸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조선시대의 여러 인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여 기존의 역사서와는 확연한 차별성을 지닌다. 즉, 『조선시대 인물기행』은 조선조 시대를 살아간 노비, 평민에서부터 정승과 임금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남긴 삶의 발자취와 다양한 삶의 모습을 조명하고, 거기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인생의 처세술과 삶의 지혜를 밝혀낸 책이라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이를 위해 지난 10여년간『조선왕조실록』과『연려실기술』등 조선왕조의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를 오랫동안 편력하여 후대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깨치고 알아야 할 교훈적이고 가치를 지닌 이야기를 찾아내었다.
또한 필자는 역사의 격랑에 휩쓸려 무고하게 사라진 인물들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왜곡되어온 역사적 사실(임진왜란 때 의병장 김덕령 장군과 채유희 이야기, 마을 곳곳에 세워진 선정비 이야기 등)을 찾아 새롭게 규명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역사를 뒤적이다 보면 시간의 세세한 갈피에서 툭툭 튀어나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백 년의 시공을 넘어 그들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결백을 호소한다. 그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뜻밖의 진실을 만나게 되고, 역사의 격랑에 휩쓸려버린 한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이 섬뜩하게 가슴에 와 닿기도 한다. 과거의 어두컴컴한 구렁에 은폐되어 있는 원혼들의 음성을 듣는 일은 두렵고 가슴 떨리는 일이었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글 쓰는 힘이 되기도 하였다.”라고 말하였듯이 이 책 속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있던 역사적 진실들이 오롯이 살아 숨쉬고 있다.
예컨대 이 책에 실린「울릉도를 지켜낸 안용복」이라는 글을 보면 조선 숙종 때 일개 어부이자 병졸에 불과한 안용복이 왜인들이 울릉도를 죽도(竹刀)라 칭하고 그곳에서 일부러 고기잡이를 하면서 울릉도와 독도(송도, 자산도)를 강탈하려고 하자, 그는 그곳에 당도하여 왜인들을 쫓아낸 일화를 싣고 있다. 또한 안용복은 훗날 왜인들에게 체포되어 오랑도와 호오키주에 납치되어 있는 동안 <에도막부>를 찾아가 울릉도가 우리의 영토임을 당당히 밝히고 그들로부터 울릉도가 일본의 영토가 아니라는 서류를 받아내는 등 국가가 하지 못한 일을 의연한 기개로서 해냈으나 간교하고 무지한 조정 관리에게 탄핵을 받아 귀양 간 일화를 담아내고 있는 등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필자는『조선시대 인물기행』에서 지난 역사의 화석화된 삶과 과거의 가치관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즉 옛 것을 바탕으로 근본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가는 삶의 중요성을 여러 편의 글에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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