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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춤추는 죽음 2 (서양미술에 나타난 죽음의 미학

춤추는 죽음 2 (서양미술에 나타난 죽음의 미학
출판사 : 세종서적
출판년도 : 2005.03.10
지은이 : 진중권
ISBN : 8984071838
책 쪽수 : 352 page
정가 : 15,000 원
 


네안데르탈인이 최초로 죽은 사람을 일정한 장소에 안치시키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죽은 사람을 매장하는 유일한 동물’이 되었다. 자기 존재의 한계, 즉 유한성을 인정 혹은 극복하려는 인류의 정신 활동의 기원은 이렇듯 먼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로도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시대를 초월한 절대적 명제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모습을 드러내며 자기 나름의 삶을 산다. 죽음은 자기만의 역사를 가지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불변의 진리 ‘죽음’은 결국 유한자들의 변화를 통해 진화한 셈이다.

타나토스 & 에로스
최근 진중권은 아내 미와 교코와 함께 서양미술에 나타난 에로티시즘을 테마로 한 [성의 미학]을 펴냈다. [춤추는 죽음(전2권)]은 [성의 미학]의 전작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진중권은 삶의 시작과 끝을 관장하는 두 축의 연구를 완결지었다.
자연에서 삶을 퍼 올리는 생식의 신 ‘에로스’와 삶을 자연으로 되돌리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는 양쪽 모두, 일반인들이 입에 올리기 꺼려하지만(꺼려하는 이유가 다르긴 하나) 결코 외면할 수도 없는 중요한 테마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따라서 두 저작은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낯선 대상에서 친근한 대상으로 바라보게 이끌어주는 성과를 이루었다.
타나토스든 에로스든 이들 개념에 대한 연구는 결국 우리가 처한 현재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행위일 것이다. 전생과 사후의 세계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만큼 우리에게 현재 당면한 삶보다 더 절실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죽음이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죽음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이런 시도는 우리가 왜곡시키고 은폐시켜온 삶의 숨겨진 부분들을 들춰내는 계기로 작용한다.
어쩌면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죽음은 여전히 모호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남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죽음의 개념 정리는 주어진 현재의 삶을 명징하게 바라보고 다가서게 하는 역할을 해낸다.
또한 이 두 저작은 모두 서양미술이라는 방편을 통해 생과 사의 개념을 정리해냈기 때문에 도상학에 대한 자연스런 접근과 발전을 병행시켜준다. 파노프스키의 도상학 이론이 녹아 있는 책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그림 속에서 보석 같은 새로운 개념들을 발견해내는 시야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분석과 탐구의 대상, 죽음
[춤추는 죽음]의 모태는 대표적 아날학파의 한 사람인 프랑스의 역사학자 필립 아리에스(Philippe Aries, 1914∼1986)의 저작 [죽음 앞의 인간]이다. 아리에스는 사람들이 입에 담기 꺼려하는 ‘죽음’이라는 테마를 최초로 역사 연구 영역으로 끌어들인 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이 책에서 크게 다섯 가지 시기로 죽음의 역사를 구분하고, 유명인들의 유서나 비명, 문학작품 등을 통해 죽음에 대한 서구인들의 인식 변천사를 다뤘다.
진중권은 이런 아리에스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삼고, 여기에 죽음의 기록이 담긴 서양미술 저록 1백여 권을 덧붙여 죽음을 미학적으로 해석해내는 작업을 시도한다. 따라서 저자가 [춤추는 죽음]에서 추구한 목적은 죽음의 역사를 추적하고, 초보적이나마 그림을 읽어내는 도상학적 훈련을 거쳐 죽음을 미학적으로 해석해내는 데 있다.
아리에스의 저작이 죽음의 창을 통해 들여다본 ‘서구 정신사’라면 진중권의 [춤추는 죽음]은 서양미술이라는 창을 통해 들여다본 ‘죽음의 미학사’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의 역사
아리에스가 구분하고 진중권이 원용한 중세 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죽음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죽음을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공동체 차원으로 받아들인 중세 초기의 ‘우리의 죽음’, 11세기 이후 공동체의 해체로 자의식과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삶에 집착하게 되고 그로 인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싹트기 시작한 ‘나의 죽음’, 르네상스를 거쳐 바로크 시대에 접어들면서 죽음이 더더욱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되는 반면, 죽음에 대한 기이한 호기심과 사랑(?)의 감정 도 싹트는 이율배반적인 ‘멀고도 가까운 죽음’, 아름다운 죽음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특별한 존재의 죽음을 부각시키는 낭만주의 시대의 ‘너의 죽음’, 낭만주의적 ‘위선’을 철저히 배격하고 죽음을 ‘추한 것’이라 주장함으로써 가깝게 길들여져 있던 죽음으로부터 멀어지는 ‘반대물로 전화한 죽음’이다.
진중권은 이상의 아리에스의 구분에 개인적차원의 죽음은 애써 감추어지고 인종청소, 신무기 대량학살 등으로 대표되는 또 다른 공동체적?집단적 죽음의 형태인 ‘현대의 묵시록’을 덧붙인다.

죽음의 이미지에서 읽어낸 미학
죽음을 연구하기 위해 저자가 선택한 방편은 서양미술 작품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먼저 죽음을 표현한 수많은 자료를 찾아 나서야 했다. 머리말에서 “책을 쓰는 데 들일 시간을 자료를 모으는 데 소비해버린 듯하다”고 밝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 저자가 기울인 노고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만드는 구절이다. 수고를 아끼지 않고 발로 뛰어다닌 저자의 성실한 자세는 초판을 읽은 독자들에게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공들인 저작이라는 평가를 받음으로써 그 열매를 거두었다.
저자가 수집한 여러 그림 중에서도 <그리스도 책형> <죽음의 춤> <죽음의 승리> 같은 테마는 반복적으로 다뤄지면서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그러므로 이들 작품의 변화는 죽음의 인식 변천사를 보다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추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풍부한 죽음의 이미지들은 읽기와 보기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완성도 높은 책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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