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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유리 눈물 (1)

유리 눈물 (1)
출판사 : 자음과모음
출판년도 : 2004.02.25
지은이 : 김하인
ISBN : 8954400507
책 쪽수 : 250 page
정가 : 8,500 원
 


사랑, 반드시 어긋나는 불가해한 감정
사랑은 엇갈림이다.
생식기에 접어든 동물들은 암수가 무조건 교미를 하는 것이 아니다. 생식기에 동물들은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다. 아직 교미를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암(수)컷은 곁으로 다가오는 이성(異性)을 공격해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성적 본능만을 지니고 있는 동물들 또한 암수가 만나는 시기는 이렇듯 복잡다단하다. 하물며 이성에 대해 성적 본능뿐 아니라 정신적인 공유를 갈망하는 인간 세계의 ‘사랑’은 한층 난해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랑이란 감정 속에는 여러 층위의 불가해한 항력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때문에 남녀 사이의 사랑은 다양한 양태를 보인다. 서로 사랑의 감정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결혼을 하기도 하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사랑이란 믿고 만났던 사람이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도 하고 헤어진 뒤에야 뒤늦게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랑은 엇갈리게 마련이다. 《유리눈물》의 두 주인공, 준철과 정화, 이들의 사랑에도 불가항력은 깃들어 있다. 정화는 어린시절부터 엄마, 아빠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지켜봤다. 정화의 부모는 완벽한 사랑을 이룩한 모델이었다. 그러나 엄마가 죽고 나서 아빠는 사랑했던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삶을 포기하듯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정화와 정화의 오빠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완벽한 사랑의 조화를 이루는 모습뿐 아니라 사랑의 한 축이 끊어졌을 때 다른 축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아는 정화는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접근하는 준철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아니, 사랑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준철이 그녀에게 질척하게 달라붙는 것이 아니다. 그는 순수하고 소박한 꿈을 지니고 있는 청년이다. 정화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유리눈물》을 읽는 독자들은 이 두 인물의 내면에 감춰진 사랑을 눈치 챌 것이다. 이 소설은 준철과 정화의 사랑이야기이다. 톱 연기자가 됐으면서도 변함없이 정화에게 사랑을 꿈꾸는 준철의 순수함과 그의 순수함을 알면서도 사랑 자체를 거절하는 정화의 쓸쓸한 정서는 독자들의 감성을 증폭시키는 커다란 줄기이다. 특히 각 장의 제목 밑에 실린 글귀 ‘부치지 못한 편지’는 이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이들이 더욱 애틋한 감정에 젖어드는 구실을 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서로 사랑을 했다. 그러나 사랑을 한 시점이 틀리다. 준철은 정화를 사랑의 대상으로 확신했다. 그는 끊임없이 그녀와의 사랑을 꿈꿨다. 망부석처럼 사랑을 거절했던 정화가 차츰 마음을 열고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려는 즘에 그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만다. 눈치 빠른 이들은 금방 알아볼 것이지만, ‘부치지 못한 편지’의 글귀는 죽은 준철을 그리며 그에게 뒤늦은 고백을 하는 정화의 편지이다. 반면 소설의 본문은 준철이 죽기 전까지 정화에게 사랑을 쏟는 서사를 이루고 있다. 곧, 지금은‘여기’에 없는 준철의 사랑과 지금 홀로 ‘여기’ 남겨진 정화의 사랑은 소설의 서사 속에서 뒤틀려 버리고 말았지만, 소설의 형식 속에선 씨줄과 날줄로 엮인 모습을 띠고 있다. 이러한 특이한 형태는 소설을 접하는 독자들의 심금에 긴 여운을 남긴다. 《유리눈물》은 독자들이 요구하는 감성을 소설 속에 어떻게 녹여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이야기꾼 김하인의 면모가 엿보이는 소설이다. 김하인의 독특한 멜로와 애잔한 감성을 기대하는 독자에게 이 소설은 틀림없이 부합할 것이다.

사랑, 동병상련의 또다른 이름
사랑은 타인을 자기와 동일시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간혹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 있다. 시계를 바라볼 때사랑하는 사람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생각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생각하고, 길거리를 걷다가도 그 사람과 어울리는 물건을 발견할 때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두 사람이 엮어가는 사랑의 과정은 두 개체가 하나의 종을 이루는 과정과 같다. 서로 이질적이고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취향과 특성에 보조를 맞추고 닮아간다. 일반적으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일수록 사랑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현실에 놓인 상황이나 그가 가슴속에 지닌 정서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대상에게 자기감정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준철과 정화에게도 위에서 사랑에 관한 두 가지 속성이 드러난다. 그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사회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한 백수와 백조이다. 둘은 자기 자신이 잉여인간처럼 남아 있는 듯한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질긴 생활력을 갖추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대학선배를 만났다가 낭패를 보고 술을 마신 준철이, 마찬가지로 입사시험에서 떨어지고 난 뒤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정화를 만나고 그녀의 취기를 받아주는 소설의 첫 장면은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또한 작가는 독자들의 예상을 어느 정도 이끌어낸다. 숙소를 잃은 준철이 정화의 집에 머무르게 되는 상황도, 준철이 정화에게 호감을 갖는 감정도 개연성을 획득한다. 소설, 특히 멜로 소설에서 간혹 작위적인 상황이나 이야기가 거슬리는 경우가 많은데 <유리눈물>의 두 인물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읽는 이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까닭은 준철과 정화가 서로의 비슷한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해주기 때문이다. 준철이 톱스타 반열의 연기자로 거듭 태어나는 과정 속에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연마한 마술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엑스트라로 생활을 연명하는 정화의 서글픈 현실에서 비롯됐다. 엑스트라에 머무르는 정화를 위해, 그녀에게 어필하기 위해, 그녀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줄 수도 있으리란 희망으로 준철은 더욱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정화의 연기 지도 또한 그의 성공에 한몫을 한다. 비록 자기는 엑스트라에 그쳤지만 준철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는 그에게 연기에 대해 조언했다. 비록 생전에 사랑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들의 사랑의 토대에는 이렇듯 서로에 대한 배려와 자기 동일시가 깃들어 있다. 어떤 공간, 어느 시간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궁핍한 현실에서도, 절박한 처지에 놓인 두 남녀 사이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 절벽에서 피어난 꽃이 아름답듯이 고통스럽고 쓸쓸한 현실에서 피어난 사랑일수록 그 만큼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악화일로의 경제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욱 감정이 메말라가고 현실적인 상황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따뜻한 감성에 기대고 싶어 한다. 현실적 시련을 잠시 그 속에서 잊으려는 경향을 띤다. 준철과 정화, 두 인물도 우리 사회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젊은이들이다. 고난에 찌든 이들의 사랑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기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자기 동일시는 비단 사랑하는 두 남녀 사이뿐 아니라 소설 속 인물과 독자,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도 길항작용처럼 일어난다. 김하인 작가의 멜로 소설이 수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읽히는 이유는 한 번쯤이라도 연애를 경험한 독자들이 그의 소설 속 인물들과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유리눈물》에서 또 한 번 독자와의 공감대를 꿈꾸고 있다. 물론, 그의 시도는 성공할 것이다.

줄거리
준철은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스물네 살 청년이다. 동계 올림픽 유치 계획과 그에 따른 지역 경제 발전이 대두되면서 그는 전문대 호텔 경영과 관련된 학과를 졸업한다. 그러나 올림픽 유치는 실패하고 악화되는 경제상황과 관광, 호텔업계가 된서리를 맞으면서 그는 청년실업의 대열에 속하게 된다. 일자리를 찾기 급급했던 어느 날, 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술집에 홀로 술을 마시고 있다가 난동을 피우는 정화를 만난다. 그녀 역시 그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백조’다. 술에 취한 그녀를 신세한탄을 들어주다가 뒤치다꺼리까지 해줘야 할 상황에 놓인다.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돌봐주다가 그는 뜻밖에 등에 담이 걸려 모텔 화장실에 개처럼 엎드리고 있어야 하는 황당한 일을 겪는다. 그 일을 계기로 준철은 정화가 전세 사는 집에 머물게 된다.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놓였으면서 강한 생활력을 지니고 삶을 사는 정화에게 준철은 차츰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된다. 정화 또한 그의 순수함이 기특하게 여겨지지만, 어린시절 부모를 통해 사랑의 치명적인 독성을 깨닫고 있는 터라 그의 감정을 일부러 외면해버린다. 아르바이트를 잃고 전전긍긍하는 준철을 정화는 안쓰럽게 여기고 자기가 일하는 엑스트라 자리를 물색해준다. 몸을 아끼지 않는 그의 연기와 그가 가지고 있는 놀라운 마술연기가 감독에게 어필되면서 준철은 차츰 인기 반열의 연기자로 탈바꿈한다. 그 사이 정화는 원양어선 생활을 접은 오빠를 따라 부산의 횟집으로 떠난다. 준철은 사람을 고용하여 여러 경로를 통해 정화의 거처를 알아보지만 모두 허사가 되고 만다. 연말, 최우수연기자 시상식 자리에서 최우수남자연기자상을 수상한 준철은 수상소감을 밝히는 자라에 서서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화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그의 사랑 고백을 티브이로 받은 정화의 가슴속에서 미세한 균열이 일어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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