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용한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을 냈다. 1996년 첫 시집 <정신은 아프다>을 펴낸 후 꼭 10년 만이다.
이 시집은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불릴 만한 변신 모티프와 은유적 전이가 그득한 시로 채워져 있다.(윤의섭 시인의 해설)" 상한 당나귀가 방 안을 접수하고, 긴수염고래가 술에 취한 후두둑 씨를 잡아당기는가 하면, 적멸한 달밤에 길짐승이 '모텔 맙소寺'를 찾아 헤맨다. 초승달 카페는 천 길 벼랑 끝에서 삐걱이고, 녹슨 지느러미를 터는 물고기 여인숙과 파인애플을 낳는 공룡이 등장한다.
시인은 시 속에서 끊임없이 유전학적 변형을 시도하며, 그 변종들은 시간과 공간과 문장을 건너는 동안 수없이 진화하거나 소멸해버린다. 기이한 변종과 변질된 사물로 가득한 그의 시편은 문법과 기표의 교묘한 전위(轉位)로써, 혹은 시간과 공간이 뒤엉키는 불가능한 배경을 구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