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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나날이 소멸해가는 것을 우리는 본다. 그것은 더욱 소중한 것이 익어감을 보기 위함이니 마치 뜰에 기르는 진귀한 식물, 가르치는 어린아이, 쓰고 있는 조그마한 책처럼.' 헤르만 헤세의 글이다. 시간의 소멸을 목격한 것이 어디 헤세뿐이겠는가. 시간성이란 유사 이래로 철학자를 비롯하여 수많은 예술가들이 천착해온 주제였고, 어찌해볼 도리 없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 앞에 무릎 꿇고 좌절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 소설 《소멸하는 순간》은 시간의 유한성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탐색한, 근래 만나기 힘든 철학적 관념소설이다. 2백자 원고지 1,500매가 넘는 소설에서 작가는 지리멸렬한‘지금, 이곳’의 일상 속을 부유하는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유사 이래 계속되어온 ‘시간’의 불가해한 속성과 그 앞에서 한없이 나약하고 유한할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슬픔, 생의 의미 등을 진지하고 탁월한 사유로 풀어나간다.그녀는 왜 그 곳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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