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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최고의 인문지리서인 이중환의 『택리지』. 이중환은 사대부가 살만한 곳을 찾아 오랜 세월 헤맨 결과 살만한 곳이 없다는 결론을 내고 만다. 그러나 그는 그 절망감을 이겨내고, 바로 민중들의 삶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살아 움직이는 장터나 비린내 가득한 포구 등의 풍경과 서민의 모습들이 그것이다. 문화사학자이자 답사가인 저자가 이 책에서 주목한 모습 역시 259년 전의 이중환처럼 이 땅과 사람에 대한 희망이었다.
영광 법성포는 "호수와 산이 아름답고, 민가의 집들이 빗살처럼 촘촘하여 사람들이 작은 서호라고 부른다. 바다에 가까운 여러 고을은 모두 여기에다 창고를 설치하고 세미(稅米)를 거두었다가, 배로 실어나르는 장소로 삼았다."라고 『택리지』에 기록돼 있다. 그러나 전라도 일대 어물상들의 시장이 들어서고 가을 세곡을 거둘 때는 큰 도회지를 연상시키던 옛날 모습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택리지』가 나온지 25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중환이 기록했던 풍속과 사물·지리 등은 제 모습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풍수, 인심 등을 면밀히 살핀 뒤 내린,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라고 했던 곳에도 모텔과 음식점이 빽빽히 들어서 있기 일쑤다. 저자는 이런 변모된 모습들을 세세히 기록하여 경기·충청·전라·경상·강원·함경·평안·황해 등 전국토를 아우르는, 가히 '현대판 택리지'라 부를만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택리지』외에도 『동국여지승람』『대동지지』『연려실기술』『성호사설』 등의 내용도 곁들여져 있어 이 땅, 우리 민족에 대한 역사서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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