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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것이 미술사일까
제임스 엘킨스| 정지인 역| 아트북스| 2005.03.10 | 287p | ISBN : 8989800447
흐름에 역행하는 불손한 책<과연 그것이 미술사일까>는 ‘나쁜’ 책이다. 색감 곱고 눈에 익은 도판, 친절한 그림 해설, 선사시대부터 20세기 모더니즘까지 연대순으로 조목조목 짚어가는 체계적 구성 등, 미술사 책이 마땅히 갖춰야 할 요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깡그리 무시했다.
대신 들어가는 말에서부터 바사리, 곰브리치 등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미술사학자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이제까지 배운 미술사는 모두 잊어라”라고 초를 치고, 단순히 읽고 암기하면 될 줄 알았던 미술사를 내손으로 직접 써보라는 ‘망발’도 서슴지 않는다. 밑줄 긋고 별 표시 할만한 문장들은 온데간데없고, 책 한 권이 온통 물음표투성이다.
외나무다리에서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난 것 같은 불편한 예감, 그러나 등 돌려 줄행랑 칠 수 없는 진퇴양난의 난감한 상황 속에 슬쩍 불쾌하게까지 하는 이 책, 그런데 왠지 모를 짜릿함이 있다. 페이지에 페이지를 거듭할수록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는가 싶더니, 부지불식간에 십 년 묵은 체증이 말끔히 사라진 것만 같다. 이제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지식과 신념들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있는데,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진작 얘기해주지 그랬냐고, 좀더 일찍 시작됐어야 했다고, 작은 원망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 정도로 말이다. 엄청난 아이러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은근한 쾌감, 자유로움과의 낯선 조우, 이 책의 매력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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