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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이진명| 열림원| 2004.02.28 | 150p | ISBN : 8970634126
10년 만에 이진명 시인이 세 번째 시집을 펴냈다. 시인은 끊임없이 별과 진흙 사이를 오르내리다 그 사이에서 고름처럼 생겨난 고달픔을 자연스레 자신의 존재조건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가스레인지 위에 눌어붙은 찌개국물을 자기 일처럼 깨끗이 닦아줄 사람은 언제나처럼 단 한 사람 어젯날에도 그랬고 내일날에도 역시 그럴 너라는 나"라고 노래하는 시인은, 사람마다 물건마다 눌어붙어 있는 그 상처를 잔잔한 손길로 어루만진다.
흰 가제손수건 같은 이미지로 기억되는 시인은 10년의 세월을 훌쩍 넘은 지금, 죽집을 냈으면 한다고 고백한다. 거리거리마다 온갖 생고깃집 주물럭집 수산 횟집이 난장치는 사이로 죽집을 냈으면 한다고. 한 그릇의 죽을 지치고 쓰린 이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시인은 이미, 시인의 바람대로 죽집을 내었다. 시집 '단 한 사람'은 온갖 간판들이 난장을 치는 사이로 낸 죽집이다. 시인은 쭈그렁이들을 귀하게 여기는 天心으로 흰죽을, 검은깨죽을, 야채죽을, 녹두죽을 부지런하게 쑤었다. 행인들의 허기지고 쓰린 속을 달래줄 죽들이다.
시인의 맑은 눈과 잔잔한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죽 한 그릇을 먹는 듯한 위로를 느낀다. 이번 시집에서 만나는 시 한 편 한 편이, 한 그릇의 美食, 따뜻한 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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