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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뒷모습

뒷모습
출판사 : 현대문학
출판년도 : 2002
지은이 : 미셸 투르니에
책 쪽수 : page
정가 : 15,000 원
 


"너무 정직해서 슬퍼지는, 그이들의 뒷모습."
아무리 꼭꼭 숨기고 덮으려 해도 결코 감춰지지 않는 신체 부분이 있다. 바로 '뒷모습'이다. 얼굴에 두꺼운 화장을 하고 모자를 덮어쓰고 화려한 치장을 해도, 일단 돌아서고 나면 모두가 평등해진다. 뒷모습은 거짓말을 할 수 없고 존재의 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가끔은 너무 솔직해서 바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뒷모습'을 알아본다는 건, 그 사람에게 익숙해졌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눈.코.입, 앞모습을 보면서는 누구나 이 사람과 저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의 뒷모습을 안다는 건 그 사람 특유의 무언가를 알아챘다는 것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가 어깨를 툭 치며 인사했을 때, 그 사람이 얼굴을 돌리는 순간의 희비를 가르는 건, 바로 관계의 익숙함-그것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런 뒷모습만을 모아 담아놓은 사진 에세이가 하나 있다. <The Blue Day Book> 이후, '흑백의 사진 한장+짤막한 글'의 컨셉으로 구성된 책은 너무 흔하고 상투적으로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뭐가 다른지 한번 볼까? 아하. 프랑스의 노작가 미셸 투르니에가 글을 썼단다. 잠깐. 미리 말해두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투르니에의 글이 아니다.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이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순간'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는 이 사진가는, 이 책에서 사람들의 뒷모습만을 담아낸다. 사진 속에 놓인 인물들은 모두 정면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그러니까 사진사와 피사체는 같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건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해당된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우리도 본다. 사진 속의 그들보다 우리가 좀더 넓은 범위를 볼 수 있긴 하지만, 그래봤자 사각의 틀 안에 가두어진 풍경일 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세상은 네모가 아니지 않은가.)

사진사의 시선에 포착된 인물들은 뒤돌아서 있기 때문에 무방비하며 자신을 숨길 수 없고, 따라서 외롭고 서글퍼진다. 그들과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이 세상이 끝난다해도 서로 얼굴 마주할 방법은 없다. 그런 이유로 인해 우리는, 근원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갈망을 억누른 채 약간은 쓸쓸한 정서를 기저에 깔고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투르니에는 부바의 사진을 보면서 떠오르는 단상들을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때때로 특유의 현학적 사유들이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단아하고 정갈한 느낌의 단상들이 하얀 여백을 채우고 있다. 대작가의 글이라고 해서 압도당할 필요는 없다. 그저, "투르니에는 '사진 속에 멈추어 선 세상'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구나"하는 정도로 스쳐가는게 좋다.

지금 내 곁을 무심히 지나쳐가는 낯모를 타인들의 뒷모습을, 눈으로 찰칵 찍어두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책이다. 기억의 창고 깊숙히에 묻어두었다가, 가끔가끔씩 삶이 몹시 외로워질 때마다 꺼내볼 수 있도록 말이다. - 박하영(200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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