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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년에 걸쳐 십수 차례 다듬은 공동저술
인류사가 교류와 소통의 역사란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전 세계가 눈 깜짝할 사이 연결되는 요즘에야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겠으나, 그 교류와 소통의 역사는 길고도 험난했다. 그 교류와 소통의 역사는 때로는 무역의 옷을 입었고, 때로는 정복과 전쟁의 모자를 쓴 채 면면히 이어져왔다.
가령 당나라와 이슬람제국은 1,000년도 훨씬 전에 지금 봐도 놀랄 만한 교류와 소통을 했고, 몽골제국은 문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 뿐 아니다. 그 자리에는 찬란한 이슬람문명이 자리하고 있고, 우리의 선조 고선지와 혜초와 장보고가 우뚝 서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일국사를 넘어선 시각의 역사교양서는 흔치 않다. 서점가를 훑어봐도 ‘한 권으로 끝내는’
류의 당의서(糖衣書) 아니면 전문학술서가 대부분이다. 왜일까? 교류사적 관점의 역사교양서를 쓰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탓일 게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문명교류사가 활발하게 연구되는데, 그들은 국내외의 각종 연구성과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글을 쓰고, 그것을 놓고 토론하고 연구하고 다시 집필하는 지루한 과정을 삼 년간 십수 차례 반복한 끝에 이 책을 내놓았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자신감은 편집자와 나눈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책을 쓸 수 없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배운 역사에서 ‘~족’으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몽골족, 거란족, 돌궐족, 흉노족 등등. 역사의 조연으로만 등장한 그들이기에, 사실 우리는 그들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기껏 약탈이나 일삼는 ‘문명’ 이전의 상태에 머무르는 존재였을 뿐이다. 하긴 그들의 이름 뒤에 붙은 ‘~족’이나 이름(흉노나 몽고 등)을 보면 주류문명의 시각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흉노는 자신들을 ‘흉’ 또는 ‘훈’이라고 불렀지만, 중국은 이 말과 음이 비슷한 오랑캐흉(匈)과 노예를 뜻하는 ‘노(奴)’를 붙여 ‘흉노’라 불렀다. 또 몽골도 우매하고 답답하다는 뜻의 ‘몽고(蒙古)’라고 부른 것이다.
세계사에서 흉노는 진나라 시황제가 만리장성을 쌓을 대목에 등장하는데, 진나라를 침략해 각종 물품을 약탈하는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진나라가 그들과 화친정책을 펴면서 그들의 기병문화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나, 거꾸로 한나라 무제가 그들을 치기 위해 월지에 파견한 사신 장건이 동서문명 교류에 위대한 업적을 쌓았다는 점은 소홀하게 다뤄지곤 한다.
그게 몽골로 이어지면 상황은 더 또렷해진다. 몽골은 유라시아의 동과 서를 잇고, 유목문명과 정주문명이 만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유라시아를 하나의 문명권으로 만든 바 있다. 이른바 ‘세계화’를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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