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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노동시를 처음으로 쓰기 시작하여 <취업공고판 앞에서>를 상재한 이래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노동문학의 전위에 있어온 박영근 시인이 새 시집 <저 꽃이 불편하다>를 간행했다.
어지러운 세상 질서에 대응하고 변모해온 그의 궤적과 더불어, 뿌리 없는 삶이 어떻게 흔들리며 사람과 길을 찾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이 시집에서, 그러나 그가 고집하고 가는 길은 막막하기 그지없다. 그 자신의 말처럼 길을 잃고 찾는 그의 20년 문학활동은 오롯한 것인가. 거대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의 한 시인의 모습이 사라질 듯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나는 것은 무슨 연유일 것인가.
박영근 시인은 이번 새 시집에서 삶과 시에 대한 변화의 기미를 드러낸다. 「시인의 말」에서 "이 시집을 다시 펼치는 것이 두렵다"고 했듯 그는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알고 싶은 한편 그 도정을 바꾸고 싶은 심정을 나타낸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반성하면서 곳곳에서 자신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개를 숙인다」에서 보듯 시인은 이제 넘쳐나는 불빛과 소란 속에서 고개를 숙인다. 이전과는 다른 이 태도에서 우리는 80년대 초반 이후 우리 시의 한 가능성으로 자리했던 노동시의 피곤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시인은 스스로 어두워오는 산 속에서 "더 무겁게 뿌리를 내리는 돌"(「나에게 묻는다」)처럼 침잠하는 자신에게 끝없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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