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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
경향신문 : 사슬을 풀 때는 어김없이 피가 흐릅니다.억압 속에서도 사랑이,고통 속에서도 평화가 있게 마련이어서/묶인 것을 풀 때는 늘 이를 악물어야 합니다/피와 꿈과 순결한 치정의 궤적,그것이 나의 글쓰기입니다 창작집바닷가 마지막 집생각의 나무)을 내놓은 여성작가 전경린씨는 서문을 통해 글쓰기의 고통을 얘기한다.
그의 언어는 맑게 흐르다가도 소나기라도 오면 붉은 황토를 쏟아내는 여름날의 계곡처럼 변화무쌍하다.환(幻)과 멸(滅)을 오가며 교직(交織)된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최면 속으로 빠져 들어 생의 진저리를 경험하게 한다.이 책에 실린 여덟편의 최근작은 문학평론가 방민호의 말대로몸과 몸의 본성으로 세상과 대면함으로써 얻은 맨살의 언어로 가득하다.
그는 가출하는 엄마의 모습을 열두살 소녀의 심리로 묘사(「밤의 나선형 계단」)하거나,결혼 이후 위태로운 사랑이 불러오는 비극(「오후 네시의 정거장」)을 얘기한다.대부분 성장기의 소녀나 20대 여성이 주인공이다.그네들은 때로 금지된 것을 갈망하다가 좌절하기도 하고,답답한 현실에 저항해보기도 한다.결국에는 여성다움을 강요하는 남성 지배사회로부터,모든 타성과 관습으로부터 멀찌감치 도망친다.
또 이렇게 얘기한다나는 세계가 잠든 사이에,나무들이 걸어다니는 비밀스런 시간에,콜타르같은 어둠 속에서 그네를 타려는 사람이다거울이 거울을 볼 때」) 어둠 속에서 그네를 타면서 나무들이 걸어다니는 비밀스런 시간을 꿈꾸는 주목할만한 감성의 작가가 아닐 수 없다. - 오광수 기자
문화일보 : 8편의 단편 묶음인 이 소설집은 수를 놓듯 한땀 한땀 이어간 문장들로 읽기가 다소 까다롭다. 그러나 한편 한편을 읽고나면 통증을 수반한 가슴 서늘한 감동이 온다. 우리 삶이 얼마나 사회제도나 인습에 마비되어 있는가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나 질서화한 구조 속에 억눌려 살고 있어요. 통제된 삶이에요. 인간 개인의 본능과 자유는 퇴화해버렸지요. 저는 이런 것들을 파헤쳐보고 싶었어요 따라서 그는 인간 본연의 삶을 억압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단편 '평범한 물방울무늬 원피스에 관한 이야기'에선 사촌오빠를 사랑하는 여자가 등장한다. 오빠의 결혼식날 입었던, 어머니가 사준 물방울무늬 원피스에 대한 기억을 잊지 못한 채 12년의 길고도 끔찍한 성장기를 보낸다.
그녀는 주변환경에 의해 조건 지워진 수동적 여성의 한 표상이다. 또 '幻(환)과 滅(멸)'을 통해 작가는 죽어가면서 여자가 기어이 해야 하는 일은 아이를 낳는 일"이라고 말한다. 얼핏 페미니즘 계열이 아닌가 싶다.
작가는 단호하다. 단지, 여성들에게 부과된 억압들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회제도와 인간성이 맞닿아 있는 경계선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여성의 이런 현실들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할 따름입니다문학이란 결국 인간의 삶을 보다 자유롭게 확장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겠느냐는 그는 잘못된 이 현실도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라며 궁극적으로는 현실을 껴안아야 한다고 말한다.
표제작인 '바닷가 마지막 집'의 주인공은 대학을 졸업한 후 시골 고향에서 교사발령을 기다리며 궁색한 생활상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러나 자신이 살아있기에 이런 고통을 노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밤의 나선형 계단'에선 12세 소녀가 가출하는 엄마의 모습을 냉혹하리만큼 침착하게 관찰한다. 이처럼 그의 소설엔 성장기 소녀나 20대 여성 주인공이 대부분이다.
그건 소설을 만들지 않고 소설이 저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삶 속에서 소설이 저절로 솟아나요. 소설과 한통속이 되어서 세상을 사니 무척 행복하기도 해요. 앞으론 낯선 타인의 삶도 제 소설에 초대할 생각이에요
그는 주거지인 경남 창원에서 지난 1월 경기도 일산으로 혼자 거처를 옮겨왔다. 그동안 가사에 부대끼며 너무나 힘겹게 작품을 써왔기에 좀더 새롭고 자유롭게 세상을 보기 위해 '피정의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는 그는 요즘 근세이전 여성의 삶을 담은 장편소설 '여자는 어디에서 오는가'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염소를 모는 여자'로 제29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장편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로 제2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했다. - 오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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