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 문동환 목사의 부모로 잘 알려진 문재린 목사와 김신묵 여사의 회고록을 그 손녀인 문영금·문영미가 다듬은 책이다. '기린갑이'와 '고만녜'는 문재린 목사와 김신묵 여사의 어릴 적 이름. 두 사람은 각각 네 살, 다섯 살이 되던 해 한날한시에 두만강을 건너 북간도로 이주, 해방 후까지 살다가 쉰이 넘어 남으로 내려와 1980년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기독교 운동에 헌신했다.
문익환 목사의 권유로 쓰여진 회고록을 통해 부부는 그들의 체험한 북간도 역사와 기독교 운동을 증언한다. 그러나 이들의 회고록은 문익한 일가 사람들의 별세로 30여년간 초안 단계에서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었다. 엮은이들은 회고록에 빠진 부분들을 정리·보완하면서 부부의 삶에 단순한 가족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북간도에서 한민족 공동체가 어떻게 열린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여 민족 독립, 신앙과 양심의 자유, 인간 평등과 자유정신, 그리고 민족 화해·통일 운동 등의 코드가 이들의 삶에 체화된 과정이 드러난다. 문재린 목사가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면서 전개한 평신도 운동을 통해 그의 기독교 철학을 만나볼 수 있으며, 독립운동의 중심지였던 북간도 명동학교의 교가까지 기억할 정도로 당시 북간도 사람들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김재린 여사가 펼쳐놓는 여성의 생활사도 주목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