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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과 빈곤 문제 해결, 더 구체적이고 더 실용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얼마 전 국내 최대 기업인 S기업이 불우이웃돕기 단일 성금 규모로는 최대인 230억 원을 기탁하여 화제를 낳았다. 연말연시가 되면 많은 기업과 사람 들은 불우이웃돕기 명목의 성금을 낸다. 분명 아름다운 습관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기부문화의 점진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높아지는 실업난과 빈부격차로 선진국형 질병이 심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사회의 소외 계층이 평생 남의 도움에 의지해 살아가기보다는 경제적 자립을 통해 좀더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을 열어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직은 불모지에 불과한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를 보다 쉽게, 보다 널리 확산시키고자 다양한 기부정보를 담은 웹사이트 ‘기부정보가이드(www.giveguide.com)’를 운영하는 정선희 씨는, 기부 선진국인 미국의 ‘사회적 기업’에서 그 묘안을 배울 것을 제안한다.
신간 <이익을 만들고 행복을 나누는 ‘사회적 기업’>은 저자 정선희 씨가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기획한 소책자 시리즈, ‘기부정보가이드의 도토리 시리즈’의 첫 권이다. 이 시리즈는 매년 대여섯 권씩 120쪽 내외의 작은 책 사이즈로 펴내되, 일반 대중에게는 ‘기부’의 참의미와 참여방법 등의 지식과 정보를 쉬운 글로 전달하고, 사회적으로는 ‘기부 활성화’를 꾀하며, 사회 공헌을 원하는 기업 및 비영리 단체들에게는 보다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뜻에서 기획되었다(그 중 이번에 발간되는 첫 호는 ‘실업극복국민재단’의 지원으로 출간되었다).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란 무엇인가?
미국의 사회적 기업 중 하나인 루비콘 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고 말했다. 이 말은 유럽과 미국에서 이미 새로운 형태의 기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사회적 기업’의 성격을 잘 압축해준다.
즉, ‘사회적 기업’은 정상적인 취업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직업훈련’과 ‘일자리’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 사업수익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회적 기업은 정부나 재단의 보조금 혹은 기업이나 개인들의 기부 및 자원봉사에 재정적으로 의존하던 전통적 비영리 기관과는 달리 영리적 기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업주나 주주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일반 기업과는 달리 ‘직업훈련’, ‘일자리 창출’ 이나 자활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위해 이윤을 재투자하는 기업이다. 즉 사회적 기업은 “영리적 수익 창출”과 “사회적 임무 수행”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좇는다. 또한 사회적 기업은 정부나 재단의 보조금과 같은 기존의 공공시장(public market)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하여 자금원을 스스로 개척하고자 ‘상업적 시장(commercial market)’으로 눈을 돌린다.
따라서 성공한 ‘사회적 기업’에는 시장의 욕구를 포착해내는 능력을 가진 CEO가 있고, 노숙자 출신이더라도 자신의 능력으로 일하고, 평가받는 직원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부금을 내는 자원봉사자가 아닌, 사회적 기업의 생산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있다. 결국 사회적 기업 역시 ‘경영 개념’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으며, 사회적 창업가의 뛰어난 리더십이 그 성패에 중요한 열쇠가 되곤 한다.
루비콘과 스쿠쿰, ‘거리의 노숙자’를 ‘성공한 사회인’으로 되돌려보내다!
1973년에 설립된 ‘루비콘(Rubicon Programs Inc.)’은 장애인들과 노숙자들에게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여 그들 인력을 기반으로 ‘루비콘 조경’, ‘루비콘 베이커리’ 등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의 하나이다. 2003년 한 해 동안 800여 명이 루비콘에서 직업훈련을 받았고 그 중 400여 명은 루비콘 베이커리와 루비콘 조경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이 회사의 출발은 주 정부의 지원으로 시작한 작은 종묘 소매상이다. 설립 초기에는 장애인 치료 등의 재활에 주로 치중해 있었지만, 주 정부의 보조금 삭감으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소규모 조경과 카페테리아로 사업 방향을 전환한 후 정부기관의 대규모 ‘조경사업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점차 기업들로 고객 범위를 확장해나갔다. 루비콘의 조경사업 성공은, 단순히 정부나 외부 재단의 지원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루비콘 조경은 조경 공사를 할 때 나오는 나뭇조각으로 톱밥을 만들어 나무뿌리에 덮어두는 방법으로 버려지는 자재를 재활용하는 친환경적인 시공을 통해 고객들에게 큰 신뢰를 얻었으며, 이러한 전략으로 새로운 고객을 계속해서 창출했다. 실제로 2001년과 2002년 사이 이 회사는 38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거두었으며 그 수입은 모두 노숙자 출신 및 장애인들인 구성원들을 위한 높은 질의 직업훈련과 다양한 사회서비스 제공에 쓰여지거나 새로운 사업에 재투자되었다. 이로써 루비콘은 ‘노숙자 및 장애인 재활’이라는 사회적 미션과 ‘수익 창출’이라는 기업적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켜 ‘사회적 기업’의 좋은 선례를 보여주었다(본문 51~57쪽 참조).
한편 장애인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여 높은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주는 것을 목표로 탄생한 사회적 기업인 ‘스쿠쿰(Skookum)’ 역시 우리에게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직원 가운데 최고 연봉으로 7만 달러를 받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기업경쟁력을 가진 이 사회적 기업은 ‘줄넘기 제조’, ‘잡역부’, ‘재활용 사업’, ‘유해물질 제거업’, ‘조경업’, ‘기계 보수 유지’의 총 6개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는데, 전체 운영비 중 상당 부분을 직원 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스쿠쿰의 직원 구성은 75%가 장애인이고 나머지 25%는 저소득층이 포함된 비장애인이다. 이들은 워싱턴 시 전역에 산재한 스쿠쿰의 9개 지점에서 일하고 있으며, 각각 자신의 능력에 맞는 업무를 수행한다. 1988년 특수교육 교사 짐 웨스톨에 의해 창업된 스쿠쿰은 시장 트렌드(줄넘기 사업)를 잘 읽어내고, 탁월한 사업 홍보력(TV 토크쇼 출연, 박람회 참가 등), 영리기업 못지않은 체계적인 조직 운영(인센티브 제도, 전문 관리인 운영, 업무 평가위원회 등)으로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물론 스쿠쿰 역시 전체 수익이 직원 임금 지급이나 사업에 재투자되고 있다(본문 82~87쪽 참조). 이 책에는 이러한 ‘사회적 기업’들의 성공 사례 14가지와 실패 사례 2가지가 담겨 있다. 성공한 사회적 기업들은 하나같이 노숙자, 장애인, 약물 중독자, 해외 이민자들, 가난한 여성들, 비행·노숙 청소년 등등 소외 계층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적 목표를 달성해가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사회적 기업들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이들이 섞기 힘든 두 개의 조합(‘수익 창출’ + ‘사회적 임무’)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었는지 그 비결을 꼼꼼히 짚어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영리 기업 못지않은 경영전략과 리더십’이었으며, 그 무엇보다도 소외 계층 재활의 핵심이 무엇인지 간파한 후 그것을 기반으로 한 구체적인 기업 비전을 전략적으로 설정한 데 있었다.
우리 나라에도 ‘사회적 기업’, ‘사회적 창업가’가 필요하다
가난한 이웃에게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주는 일은 꼭 필요한 선행이다. 그러나 고대 철학자 마이모니데스의 말처럼 최고의 자선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즉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낚싯대를 주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 사회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 노숙자들 문제는 그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거나 먹을 것과 덮을 담요를 주는 자선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이들 노숙자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한 칸의 방과 한끼의 식사일지 모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그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는 일, 그리고 두 번째로는 그들에게 ‘일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일, 마지막 세 번째로는 그들이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 일을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성공한 ‘사회적 기업’들은 무작정 노숙자를 데려온 것이 아니다. 노숙자들 가운데에서도 ‘일할 의욕을 가진 사람을 선별하거나’, 일할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심리치료 및 재활상담’을 직업훈련과 병행하며, 실제로 일자리를 알선한다. 그렇게 해서 ‘사회적 인력 자산’으로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으로 이와 같은 사업을 선순환시키는 것이다.
점점 높아져가는 실업률과 빈부격차가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미국의 ‘사회적 기업’은 의미있는 해답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물론 조금씩 선진국의 ‘사회적 기업’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생겨나 벤치마킹하려는 시도도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에게는 이러한 기업 형태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다. 이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하나의 노력으로 바로 이 책이 탄생한 것이다. 비록 소책자 형태의 얇은 책이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16가지의 아름다운 사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들의 ‘성공 요인’이 어쩌면 우리 사회를 색다른 방식으로 구원해줄 튼튼한 ‘동앗줄’이 되어줄지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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