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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마지막 하루
지은이 조갑제 지음
출판사 월간조선사
가격 12,000원 → 최저가 9,600원
평점 6.37(1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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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979년 10월 26일 그날 그 사람들
지난 1월 31일, 법원에서 임상수 감독의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해 픽션 부분을 제외한 다큐 부분을 삭제하고 개봉하라는 판결을 내려 문화계가 떠들썩하다. 영화 개봉일을 코앞에 두고 미처 필름 편집을 못한 영화사 측에서는 이 부분을 가리고 상영했고, 관객들은 새까만 화면을 3분 50초 동안 보고 있어야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10·26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화제가 되면서 역사 속에 서서히 희석되어 가던 朴正熙 대통령 시해사건이 표면으로 떠올랐다.
김재규 당시 정보부장은 왜 박정희를 죽였는가. 김재규 말대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치밀하게 계획된 거사였는가, 아니면 차지철 실장에게 박 대통령의 신임을 빼앗긴 소심한 자의 우발적 범죄였는가. 암살 당시 대통령 경호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정승화 육군참모총장과 김계원 비서실장은 바로 옆에서 총성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움직이지 않았는가. 암살의 배후에 미국이 과연 있었는가.
‘블랙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본 관객들은 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혼동을 일으킨다.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삼아 ‘표현의 자유’라는 옷을 입고 나온 영화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가. 그렇다면 10·26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10·26 사건이 발생한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24시간을 사실 그대로 재현한 ≪朴正熙의 마지막 하루≫는 이런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소해 줄 것이다.
月刊朝鮮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저자가 이 책을 탈고하기까지 25년이란 세월이 요구됐다. 1979년 사건이 터진 직후부터 시작한 10·26 사건의 취재가 이제야 막이 내린 것이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드라마틱했던 하루 동안 실제 일어났던 일을 현장에 없었던 사람이 책 한 권으로 묶어낸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것도 ‘픽션’을 첨부하지 않은 ‘논픽션’만으로 372쪽을 엮는다는 것은 치밀한 취재와 역사적 사건에 대한 풍부한 사전 지식, 논리적인 구성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집필 과정에서 저자는 궁정동 현장의 세 생존자이자 10·26 사건 진실의 키를 쥐고 있는 결정적 증인 김계원(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심수봉(가수), 신재순(당시 대학생)을 다 만나봤다. 최후의 만찬장에 초대된 사람들은 물론 이 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도 빠짐없이 만났고, 당시의 합동수사본부(合搜部) 조사기록도 빠짐없이 검토했다.
저자는 10·26 사건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부마(釜馬)사태의 현장에 있었던 이후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과 이 사건의 후폭풍인 12·12 사건을 장기간 취재해 왔다. 그래서 저자는 10·26 사건을 박정희의 18년 정치를 마감하고 13년의 전두환-노태우 정권을 탄생시킨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으로, 그리고 입체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관람하고 이 책을 본 한 독자는 “임상수 감독이 이 책을 봤더라면 영화 내용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를 구획할 만한 결정적 순간을 산 증인들은 후대인들에게 역사적 진실을 물려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 10·26 사건을 거의 분초 단위로 재구성하여 결정적 순간의 인간군상(群像)들과 그들의 숨소리까지 전하는 이 책은 후대인들에게, 나아가 한국 현대사의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 10·26!
그날 펼쳐진 사건 실록은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궁정동 현장에 있었던 광고모델 출신 신재순 씨의 증언이 가장 정확하다고 했다. 대담한 성격인 데다가 기억력과 표현력이 대단해 ‘하느님이 그녀를 박정희의 최후 목격자로 선택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밝혔다. 신재순 씨의 증언을 토대로 재현한 10·26의 결정적 순간은 이렇다.
1979년 10월 26일 오후 7시 45분, 김재규의 권총 발사로 가슴을 관통당해 등에서 피를 콸콸 쏟고 있던 박정희를 혼자서 안고 있던 이가 신재순 씨다. 차지철 경호실장은 팔에 총상을 입고 실내 화장실로, 김계원 씨는 바깥 마루로, 심 수봉 씨는 김재규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달아난 이후 신 씨만이 대통령을 피범벅 속에서 안고 있었다.
김재규는 합동수사본부 수사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차지철을 거꾸러뜨리고 앞을 보니 대통령은 여자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있어 식탁을 왼쪽으로 돌아 대통령에게 다가가자 여자가 공포에 떨고 있었습니다. 권총을 각하의 머리에서 50cm 거리에 대고 쏘았습니다.”
이 순간을 40대의 중년여성으로 변한 신재순 씨는 이렇게 말했다(1997년의 증언).
“그 사람의 눈과 마주쳤을 때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인간의 눈이 아니라 미친 짐승의 눈이었어요. 그가 대통령의 머리에 총을 갖다 대었을 때는 다음에는 나를 쏘겠구나 생각하고 후다닥 일어나 실내 화장실로 뛰었습니다. 저의 등 뒤로 총성이 들렸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도 문 손잡이를 꼭 쥐고 있었습니다.
바깥이 좀 조용해지자 신 씨는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대통령은 실려 나갔고 문 앞에 차 실장이 하늘을 보고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신 씨가 일으키려고 손을 당겼다.
“차 실장은 몇 번 힘을 써 보다가 포기하는 눈빛으로 말했습니다. ‘난 못 일어날 것 같애.’ 그리고는 다시 쓰러져 신음하는데 그 눈빛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날 밤 차 실장은 김재규 부장을 자극하고 약을 올리듯 막말을 했습니다. 그래도 차 실장이 고마운 것은, 그날 제가 대기실에서 면접을 볼 때 술을 못 마신다고 했더니 그분은 ‘옆에 깡통을 갖다 놓을 테니 거기에 부어 버려라’고 말하더군요.”
“그날 밤 대통령께서는 좀 취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말이 헛 나올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인자한 아버지 같았어요. 피를 쏟으면서도 ‘난 괜찮아’라는 말을 또박또박 했으니까요. 그 말은 ‘난 괜찮으니 자네들은 어서 피하게’라는 뜻이었습니다.”
10·26 사건의 성격을 암시하는 결정적 이야기가 하나 있다. 김재규의 지령을 받아 두 대통령 경호원을 사살하는 등 이날 궁정동 작전을 지휘했던 박선호 중앙정보부 의전과장이 일대 학살극을 끝낸 뒤 두 여인(심수봉, 신재순)에게 각각 2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쥐어주고 차에 태워 집으로 보내 주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사살당하는 것을 목격한 두 사람을, 아무 감시역도 붙이지 않고 현장에서 이탈하게 했다는 것은 이 사건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거사가 아닌, 홧김에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이란 사실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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