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지친 끝에 내려앉은 곳, 그곳이 손가락이다. 앎과 삶을 한 품에 보듬고 그 긴장을 내 삶의 자리로 삼아야 한다면, 손가락에 스며드는 나와 세상의 만남과 그 조용한 대화에 유의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머리를 맴도는 관념의 계몽을 넘어 서려는 자라면 <손가락으로> 내려갈 법하고, <손가락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조그만 희망을 가질 법하다. 당연히 이 희망은 우리 철학과 인문학의 자생력을 엿보는 창구로 이어진다. 이 책은 그 창구의 가까운 거리에서 손가락들이 조용하고 바쁘게 움직인 사연과 내력을 기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