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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당신의 물고기

당신의 물고기
출판사 : 민음사
출판년도 : 2000.05.01
지은이 : 함정임
ISBN : 8937403447
책 쪽수 : 277 page
정가 : 7,500 원
 


소설 속 인물들의 훼손된 마음(왜곡된 샤먼)들을 정화, 해소시키고, 그럼으로써 작가 자신도 구원을 받는 그런. 우리 인생에 말없이 왔다가 큰 자국을 남기고 가는 것이 사랑과 죽음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 둘에 훼손된 채 세상을 부유하는 사람들이다. 남편을 잃고 마음을 다잡을 수 없어 파리로 홀연히 떠나보지만 어디서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미망인, 느닷없이 닥친 혈육의 죽음으로 일말의 소통 가능성마저 철저히 박탈당한 여인, 창졸간에 두 아들을 잃고 평생 신산스런 삶을 견뎌온 어머니, 아이엠에프로 파산을 맞고 임신한 아내에 대한 면구스러움을 벌충하기 위해 자살 소동을 벌이곤 하는 중년 남성, 죽은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채 망자의 흔적을 맴돌고 있는 미혼모… 함정임 소설을 채우고 있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상처에 홀리고 죽음의 상흔이나 기미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질주하지 않고는, 은빛 비행기에 몸을 실어 이륙하지 않고는 생의 상실을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다. 가만가만 흔들리는 호수 물결 같은 일상,
그러나 들여다보면 균열된 상처 투성이의 삶을 겨우 버팅기고 있는 이같은 현대인들의 초상을 함정임은 담담하지만 촘촘하게 풀어나간다.
그러나 함정임의 소설은 슬픔과 자기 연민의 넋두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랑과 죽음은 안타까움과 두려움을 남기지만 그것이 없으면 인생이 빛을 잃는다는 진리에까지 도달하고 있다.
함정임의 소설들은 시종 따뜻함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자신의 곤고한 삶은 물론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든 가엾은 존재들을 넉넉히 껴안기 때문이다. [검은 숲]은 공간에 대한 상징적 성찰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상처를 함께 나누려는 노력이 지속되는 한 <검은 숲은,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작가의 전언이 빛난다. 이혼 수속 중에 남편의 죽음을 맞이한 경연은 <뒤틀린 현실이 얹어준 노여움과 비참함>에 지칠대로 지쳐 있다.
해외 취재차 파리로 날아간 경연은 힘들 때마다 자신의 의지처가 되어준 영우를 만나기 위해 독일로 향한다.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파리와는 달리 슈투트가르트는 완벽한 단절과 고립을 실감케 하는 아주 낯선 이방이다. 게다가 그녀를 마중나온 사람 또한 영우와 가까워 보이는 유진이란 낯선 여자다. 그러나 <지긋지긋한 일상>의 시간으로부터, 숨막히는 고통의 현실로부터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하던 경연은 이탈과 망각의 해방감 대신 <의식의 단층이 툭 끊어지는 것 같은> 현기증과 한국에 두고 온 어린 아들이 자신을 애타고 부르고 있다는 환청에 시달린다. 가지고 있던 시계마저 몽땅 고장나는 바람에 <시간 개념 자체가 완전히 허물어져버린> 이국땅에서 경연에게 심리적 시계가 되어준 이는 바로 유진이다. 영우를 사이에 두고 서로 긴장할 수밖에 없는 관계이면서도 동일한 상처를 가지고 있기에 그들은 서로 소통할 수 있고 보듬을 수 있다. 유년시절 언니의 죽음을 겪어야 했던 유진은 언니와 닮은 경연에게 해묵은 상처를 고백한다. 경연 또한 유진을 통해 회피하고 싶었던 자신의 상처와 대면하게 되고 나아가 타인의 고통까지 끌어안는 포용을 배운다. 어둡고 스산한 상처의 숲에 한 줄기 빛을 틔워주는 것은 낯설게만 보이는 또 한 사람의 상처이다. 상처야말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진정한 소통과 교류를 가능케 한다는 함정임의 통찰이 더욱 절박한 공감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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