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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중의 <삼국지>는 기본적으로 실패한 영웅의 일대기이며, 촉한 정통론에 입각한 소설이다. 정사인 진수의 <삼국지>를 바탕으로 했으나 나관중이 이를 소설화한 관점은 정사의 시각에 반하는 것이었다. 인의의 표상으로서의 유비 삼형제의 가난한 출신성분이나 이들이 갖은 고난 속에서도 의를 지키며 촉한을 세우는 과정, 또한 원의 지배체제에 항거하는 농민봉기에 가담했다는 나관중의 이력을 생각하면, 이 작품이 당대 민중들과 더불어 추구하려 했던 가치가 무엇인지는 금세 짐작할 수 있다. 삼국지>는 의를 추구했지만 현실에서 실패한 영웅을 내새워 집단적인 열망을 투영하는 역사적 흐름 가운데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옮긴이 황석영의 역사의식과 맞닿는 지점이기도 하다. 황석영은 이에 대해 "일본에서는 오히려 조조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때로는 그를 중심으로 줄거리를 전개하는 작품도 있으며, 우리 번역본 중에도 은근히 그런 시도를 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 이는 패권과 현실에서의 힘을 추구하는 가치관에서 비롯한 것이다. 나는 저러한 이른바 '현대적 해석'에 대해서 백성들의 보편적인 염원을 훨신 중요하게 여기는 축이다. 따라서 나는 원본의 관점과 흐름에 적극 찬동했고, 이것이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삼국지>에 대한 일관된 애정의 원천" 이라고 밝히고 있다. 탄탄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현실문제에 깊이 밀착한 작품들을 발표해온 황석영이 <삼국지>를 옮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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