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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으로 유럽을 찾았던 것은 1983년. 면회와 차입을 위해 한국의 감옥을 드나들던 양친이 두 아들의 석방을 보지 못한채 눈을 감은 직후였다. 망연자실한 누이와 함께 ?기듯 떠난 여행길에서 그는 온갖종류의 서양 미술을 만났고, 그것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 속에 있던 불분명한 '응어리' 가 조금씩 표현의 형상을 갖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 책에는 르네상스의 종교화에서 고야, 모딜리아니 피카소의 그림까지 참으로 다양한 그림이 소개되어 있다. 크게는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이라는 주제로 묶일 수 있을법한 이 그림들 가운데에는 유명한 것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화가의 작품도 있다. 그러나, <게르니카>처럼 잘 알려진 그림도 새롭게 다가온다. 이것은 예술 작품의 위대한 힘일까? 아니면 이를 바라보는 자의 깊은 사색과 체험의 힘일까?
이 책은 1990년대초 흑백 문고판으로 처음 번역되었던 것을 칼라를 실어 개정출간한 것이다. 이제는 저자의 두 형도 출옥하였고『 서승의 옥중 19년』이라는 제목으로 형의 기록도 출간되었다. 두 책의 의미와 무게는 판이하지만 낮은 목소리로 담담하게 다가온다는 점이 닮아 있다. 모국어로 글을 쓰지 못하는 자신을 '언어의 감옥에 갇힌 수인'으로 비유했던 저자는 처음 한국어로 번역되었던 이 책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한국어 번역도 원 글의 뜻을 잘 살릴 수 있게 되어 있어 더욱 반갑다.그동안 많은 독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아왔던 서경식의『나의 서양미술 순례』(1991년 일본에서 출간, 1992년 한국에서 번역본 출간)가 새로운 장정으로 꾸며져 개정판으로 나오게 되었다. 더욱 생생하고 세밀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40여컷의 흑백도판을 칼라도판으로 교체하고, 독자들이 읽기 쉽게 판형을 키운 것이 이번 개정판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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