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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연작은 이 시집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시인은 고분이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벽화를 아파트 벽에서, 불빛 일렁이는 부엌에서, 공단 앞 목욕탕에서 본다. 벽은 김영산 시인의 캔버스와 같다. 그 캔버스에는 꾸벅꾸벅 졸며 상점을 지키는 여자('벽화 1') 오래 머무르며 바라본 사람의 등 (벽화 4')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아버지와 눈먼 아이의 모습 (벽화 6')같이 응달진 삶을 사는 사람들의 슬픈 모습이 그려진다. 또한 벽을 바라보는 시적 화자가 생각에 잠겨 떠올리는 추억들도 새겨진다. 가령 '벽화 3'은 마치 슬라이드 필름처럼 그 추억들을 차례로 비춰내는데, 그 주인공들은 십여년 전 이 도시의 안개 부두를 보여준 사람, 목각인형을 깎던 반벙어리 친구, 친구 결혼식에 모인 실업계 동창생들, 변해버린 아내의 모습에까지 이어진다.
이 시집을 다른 젊은 시인들의 시집과 구별되게 하는 것은 김영산 시인이 가진 독특한 시적 어법 때문이다. 시인의 어법은 화려한 수사와 정갈한 문법이 지배하는 요즘 시답지 않게 대단하다.
평론가 이승하는 '도시인의 고독이 이 시집에 그려진 가장 뚜렷한 벽화'라고 평하고 이 벽화는 슬픔을 넘어 '비극적인 인식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세속도시에서 마치 수도하듯 시를 쓰는 시인의 태도를 바라보면서 깨달음의 경지를 감히 설하려 들지 않고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리고 있는 연민의 정이 이런 슬픈 벽화를 그리게 했다고 지적한다.
지은이 소개
김영산
1964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창과를 졸업했다. 1990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동지' 외 6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평일'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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